[HYBE AMERICA] #2 인정현 Head of Creative Production
'캣츠아이(KATSEYE)' 프로젝트의 성공 신화를 쓰고 있는 하이브 아메리카 Head of Creative Production.
하이브의 미국 진출 초기부터 K팝 시스템의 현지화라는 거대한 과제를 이끌어온 인물. 방시혁 의장의 비전을 현실로 구현하며 그룹 '캣츠아이(KATSEYE)' 프로젝트의 성공 신화를 쓰고 있는 하이브 아메리카 Head of Creative Production 인정현을 만나 그 치열했던 도전의 과정과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현재 맡고 계신 직책과 역할에 대해 구체적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Head of Creative Production이라는 직책을 맡고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캣츠아이 브랜드, 그리고 캣츠아이가 선보이는 음악, 비주얼, 퍼포먼스, 라이브 등 원천 콘텐츠의 제작을 리드하고 책임지는 역할이죠. A&R팀과 함께 어떤 음악이 그룹의 다음 스텝에 필요한지 고민하고, 비주얼팀과는 그 음악을 어떤 콘셉트로 시각화할지 논의하며, 퍼포먼스팀과는 어떻게 무대 위에서 최고의 모습으로 구현할지를 결정합니다. 근본적으로 이 프로젝트는 방시혁 의장님의 비전을 어떻게 현실로 가장 잘 구현할 수 있을지 현지의 크리에이티브, 오퍼레이션, 프로덕션 팀 모두와 함께 고민하며 하나의 일관된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조율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하이브 아메리카에는 언제 합류하셨나요? 미국으로 오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느덧 만 4년이 넘었네요. 이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때부터 함께했습니다. 원래는 하이브 HQ의 전략 부서에 있었습니다. 당시 부서의 주요 과제 중 하나가 글로벌 시장 진출이었고, 주요 프로젝트 중 하나였던 이타카 홀딩스 인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후, 두 회사의 시스템과 문화를 융합하는 인수 후 통합(PMI) 과정과 그에 따른 현지 사업을 지원하기 위한 본사 인력이 필요했습니다. 제가 그중 한 명으로 오게 된 거죠. 처음에는 "새로운 조인트벤처(JV) 프로젝트가 있는데 사람이 부족하니 몇 개월만 도와달라"는 가벼운 요청을 받고 왔습니다. 그것이 자연스럽게 지금에까지 이어져 왔습니다.
'몇 개월만 도와달라'는 요청이 프로젝트 총괄로 이어졌군요. 합류했을 당시 프로젝트는 어느 정도 진척된 상황이었나요?
제가 넘어왔을 때는 '미국 시장을 타겟으로 한 글로벌 걸그룹을 만들어 보자' 딱 거기까지만 논의가 된 상태였습니다. 말 그대로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해야 했죠. 물론 방시혁 의장님의 비전은 항상 존재했지만, 구체적인 음악이나 퍼포먼스의 방향성, 캐스팅 전략이나 타깃 세그먼트 등에 대한 세부적인 사업 계획은 전무했습니다. 이제 막 플래닝을 시작해야 할 단계였어요. 당시 회사에서는 하이브의 성공 DNA를 깊이 이해하고, 한국어와 영어를 모두 구사하며, 방시혁 의장님의 비전을 현지에서 왜곡 없이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문화와 언어가 다른 현지 스태프와 한국 본사가 축적한 노하우 사이에서 오해를 줄이고 시너지를 만들어낼 가교 역할이 필요했던 거죠.
하이브의 DNA와 정체성을 미국 시장에 어떻게 구현하고자 하셨나요?
저는 하이브가 가진 가장 큰 힘은 '원천 콘텐츠의 힘과 퀄리티에 대한 믿음, 그리고 그것에 대해 타협하지 않는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그 단단한 코어를 어떻게 전혀 다른 시스템과 문화를 가진 이 시장에서 구현할 수 있을까가 가장 큰 고민이었습니다. 제가 보는 하이브는 한 사람의 직감이나 느낌이 아니라, 면밀한 전략과 데이터, 체계적인 시스템을 통해 비전을 현실로 만드는 가능성을 최대한으로 높이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회사입니다. 이미 BTS를 비롯한 여러 그룹을 통해 한국과 일본에서는 그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작동한다는 것을 증명했죠. '과연 이 성공 방정식을 미국에서 출발할 때에도 재현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을 안고, 그 선구적인 도전에 기꺼이 참여하고자 했습니다.
한국과 일본에서 고도화된 시스템을 미국에 이식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어떤 부분에 가장 큰 어려움을 느끼셨나요?
개인적으로는 K팝과 그 시스템에 대한 깊게 뿌리내린 오해나 편견을 마주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였습니다. 당시 K팝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었지만, 그 모든 면모를 모든 문화권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었으니까요. 특히 장기간에 걸친 트레이닝 시스템에 대해 피상적인 시선이 존재했습니다. 이것이 정말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합리적인 비판인지, 아니면 시스템의 본질과 그 안에서 성장하는 아티스트들의 노력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오해인지 정확히 판단하고 섬세하게 설득하는 과정이 무척 어려웠습니다. 다행히 하이브 현지 스탭들이 중심이 되어, JV 파트너인 게펜 레코즈 팀과 매일같이 소통하며 "이러한 방식은 현지에서 이렇게 비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조언을 구하고 함께 고민할 수 있었기에 그 과정을 헤쳐나갈 수 있었습니다.
캣츠아이의 방향성을 잡아가는 과정에서, K팝의 어떤 요소를 미국 시장의 강점으로 내세울 수 있다고 판단하셨나요?
가장 먼저 '사람들은 왜 K팝에 열광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서부터 시작했습니다. 당시 미국 팝 아티스트와 K팝 아티스트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면밀히 분석하며 이 시장이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지 고민했죠. 결론은 '음악은 현지 리스너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팝의 길을 걷되, K팝 아티스트들이 가진 강점인 고퀄리티의 댄스 퍼포먼스는 놓칠 수 없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K팝을 단순히 음악의 한 장르가 아닌, 음악, 스토리텔링, 비주얼 아트, 퍼포먼스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종합 예술 패키지'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하이브가 만드는 콘텐츠가 가진 퀄리티에 대한 보장과 팬들과의 깊은 유대감이 몰입을 이끌어낸다고 봤고, 그 지점을 캣츠아이 콘텐츠의 핵심 정체성으로 삼았습니다.
다큐멘터리 '팝스타 아카데미: KATSEYE'를 보면 정말 많은 분들의 노력이 담겨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백지상태에서 팀을 만들어가면서 개인적으로 어떤 그룹을 만들고 싶으셨는지 궁금합니다.
K팝 아티스트들이 이 시장에서 필연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편견과 오해의 시선에서 자유로운 그룹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흔히 'K팝 아이돌은 잘 갖춰진 시스템 하에서 탄생한다'는 시선이 존재하지만, 저는 하이브가 아티스트를 개발하는 과정이 서구권 팝 스타들의 성장 과정과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여기 아티스트들도 수많은 전문가의 도움과 긴밀한 협업을 통해 잠재력을 꽃피우며 성장하니까요. 캣츠아이가 그러한 편견들을 실력과 진정성으로 하나씩 부숴나가며, 'K팝 방법론에 의해 탄생한 그룹'이라는 수식어를 넘어 온전히 하나의 독립적인 아티스트로서 인정받고, 대중에게 좋은 콘텐츠를 선물하는 사랑받는 플랫폼으로 성장하길 바랐습니다.
데뷔 이후 캣츠아이는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 그룹의 성공을 확신하게 된 결정적인 순간이 있었나요?
조금 뜬금없을 수 있지만, 데뷔 후 첫 라이브 퍼포먼스였던 케이콘(KCON) LA 무대를 객석에서 봤을 때였습니다. 그전까지는 머릿속으로만 시뮬레이션했던 그림이, 마침내 제 눈앞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죠. 많은 K팝 선배 가수들 사이에서 처음으로 대규모 관객 앞에 섰는데도, 캣츠아이 멤버들은 무대에서 정말 찬란하게 빛이 났습니다. 그 압도적인 퍼포먼스와 에너지를 보는 순간 '이거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아티스트들이 너무나 행복하게 무대를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이 그룹이 가진 에너지와 잠재력에 저 스스로가 완벽하게 설득당했던 잊을 수 없는 순간입니다.
두 번째 EP [Beautiful Chaos]는 그룹의 성장이 잘 드러난 앨범이라는 평을 받았습니다.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제작하셨나요?
첫 앨범을 내고 세상의 반응을 직접 겪고 나니, 사람들이 캣츠아이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어떤 모습에 열광하는지 더 명확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Beautiful Chaos]는 그렇게 축적된 데이터와 값진 경험을 바탕으로, 멤버들이 가진 고유한 재능과 매력을 극대화해서 보여주고 싶었던 앨범입니다. 예를 들어 'Gnarly' 같은 경우, 폭발적인 퍼포먼스에 대한 팬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여러 무대를 통해 확인했기에 더 과감하고 실험적인 시도를 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 안무 시안을 봤을 때는 '대중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강렬했지만, 이미 무대 위에서 자신들만의 색으로 빛나는 멤버들의 모습을 봤기 때문에 이들이 충분히 매력적으로 소화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죠. 그 믿음이 적중했고, 결과적으로 캣츠아이만의 독보적인 색깔을 각인시키는 앨범이 탄생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미국에서 K팝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나가는 이 프로젝트를 지켜보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K팝이 지금까지 이뤄온 것들은 장르를 넘어 하나의 문화로서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먼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모든 문화와 콘텐츠에는 다양한 관점과 시선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산업에 종사하는 개인으로서, K팝이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주는 긍정적이고 좋은 영향력이 훨씬 크다고 굳게 믿습니다. 그리고 그 콘텐츠는 사랑과 애정 어린 관심을 받는 만큼 더 좋은 방향으로 성장하고 진화할 것입니다.
캣츠아이와 하이브x게펜 레코드가 앞으로 해나갈 새로운 도전들이 계속해서 발전하며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그 흥미로운 여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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