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BE America] #3 이혜진 GM(General Manager)

라이언 테더와의 새로운 보이그룹 프로젝트를 이끄는 GM.

[HYBE America] #3 이혜진 GM(General Manager)

방탄소년단의 글로벌 마케팅 최전선에서 K팝 팬덤의 폭발적인 확장을 이끌고, 세계 최대 음악 시장인 미국 현지에서 그룹 캣츠아이의 성공적인 론칭을 통해 K팝 마케팅의 현지화 가능성을 증명한 이혜진 GM은 현재 라이언 테더와의 새로운 보이그룹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미국으로 오시기 전, 한국에서는 어떤 업무를 담당하셨는지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캣츠아이 프로젝트 이전에는 빅히트뮤직 매니지먼트 실장으로 담당 아티스트의 일정 조율, 사업 및 마케팅 전략 수립 등 사실상 활동의 모든 것을 총괄했습니다. 특히 방탄소년단이 글로벌 아티스트로 발돋움하던 중요한 시기에 아티스트의 메시지와 음악이 전 세계 팬들에게 왜곡 없이 전달되도록 하는 전략을 수립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그 이전에는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마케팅 팀장으로 재직하며 방탄소년단,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이현 등 각기 다른 색깔을 지닌 아티스트들의 초기 브랜딩과 마케팅 로드맵을 그리는 역할을 했습니다.

방탄소년단의 성공 신화를 함께 만드셨는데, 하이브 아메리카의 캣츠아이 프로젝트에는 어떻게 합류하게 되셨나요?

공식 발령을 받아 오게 되었습니다. 당시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군 입대를 앞두고 있었기에, 그룹 활동의 공백기 동안 개인적인 커리어 확장을 통해 회사에 새로운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시기였습니다. 회사 내에서 가장 도전적이고 흥미로운 신규 프로젝트를 찾던 중 캣츠아이 프로젝트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신인 론칭을 넘어, 하이브의 성공 시스템을 미국 본토에서 구현하는 거대한 실험이었기에 전략적 중요도가 매우 높았습니다. 저의 글로벌 마케팅 경험을 이 중대한 프로젝트에 활용하고자 하는 회사의 니즈와 저의 도전 의지가 맞아떨어져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캣츠아이 마케팅 업무는 종료하시고, 현재는 라이언 테더와 함께 새로운 보이그룹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계십니다. 이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하이브 아메리카와 라이언 테더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지민, 캣츠아이의 곡 작업을 함께하며 서로 비슷한 창작 방향의 관점을 가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양측 모두 단순히 히트곡을 만드는 크리에이터를 넘어, 아티스트의 장기적인 비전과 급변하는 시장의 흐름을 읽고 시대가 필요로 하는 화두를 던지는 '제작자'라는 강력한 공통점이 있었죠. 하이브 아메리카는 캣츠아이의 성공을 통해 미국 시장을 깊이 이해하는 현지 파트너와의 긴밀한 협업이 프로젝트 성공의 핵심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였고, 이미 최고의 합을 맞춘 라이언 테더와 함께 새로운 보이그룹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제너럴 매니저로서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총괄하고 계신가요?

프로젝트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을 설계하고 관리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어떤 재능을 가진 인재를 찾을지 결정하는 캐스팅 단계부터, 그들의 잠재력을 끌어낼 T&D(Training & Development) 커리큘럼 설계, 한정된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위한 프로젝트 전체 예산 수립, 그리고 최종 멤버 선정 이후의 음반 발매 로드맵과 이를 실행할 제작 인력 구성까지 모든 것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역할은 제가 창의적인 결과물을 직접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방시혁 의장님, 라이언 테더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의 천재적인 재능이 서로 충돌 없이 시너지를 내며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예산, 시간, 법률적 제반 조건들을 빈틈없이 마련해주는 '조력자'이자 '문제 해결사'에 가깝습니다.

'드림 아카데미'와 캣츠아이를 통해 현지화 프로젝트를 한 차례 경험하셨습니다. 두 번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있어 어떤 도움이 되고 있나요?

확실히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미국 음악 산업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만큼 그들만의 독특한 일하는 방식이나 업계 용어, 그리고 복잡한 이해관계가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라디오 프로모션의 작동 방식, 노조(SAG-AFTRA 등) 관련 규정, 음악 저작권 정산 시스템 등은 K팝 산업과는 전혀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죠. 만약 제가 그런 사전 경험 없이 바로 이 프로젝트에 투입되었다면, 라이언 테더를 비롯한 현지 전문가들과 깊이 있는 소통을 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겁니다. '업계를 잘 모르는 낯선 외국인'이라는 선입견을 줄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캣츠아이를 거치며 얻은 실전 지식과 자연스럽게 체득한 업계 용어 덕분에, 함께 일하는 파트너들이 저를 단순한 K팝 전문가가 아닌, 미국 시장을 이해하는 파트너로서 편하게 생각하고 깊은 신뢰를 보내주는 것 같습니다.

커리어의 단계를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 번째는 한국에서 K팝 그룹(방탄소년단)을 북미 시장에 마케팅하던 시기입니다. 당시에는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셨나요?

당시 방탄소년단은 한국 팬덤만큼이나 해외 팬덤 규모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해외 팬들은 성장한 문화 환경에 따라 아티스트에게 기대하는 모습이나 팬과의 관계 설정에 있어 국내 팬들과는 미묘하지만 중요한 차이를 보이더군요. 그래서 해외 유수 온라인 플랫폼과 커뮤니티를 꾸준히 살펴갔고, 이러한 창구들이 그들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다고 깨달았습니다. 이를 통해 문화적 민감도를 배워나갔고, 특정 문화권에서만 통용되는 메시지가 아닌, 전 세계 모든 팬덤이 공감하고 만족할 수 있는 보편적인 경험을 설계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또한, 국가마다 인권이나 페미니즘, 사회 정의 같은 이슈를 바라보는 시각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아티스트의 진심이 오해 없이 전달될 수 있도록 글로벌 이해도가 높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팀을 꾸리고 아티스트에게 관련 내용을 섬세하게 설명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두 번째 단계는 '드림 아카데미'와 캣츠아이를 통해 본격적인 현지화 마케팅을 펼친 시기입니다. 이때는 어떤 새로운 시도를 하셨나요?

미국에서는 팀의 통일된 정체성만큼이나 '개개인의 개성'과 '진솔한 스토리'가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매우 중요하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서 K팝의 전통적인 문법에서는 굉장히 이례적으로, 아직 데뷔도 하지 않은 연습생 단계부터 개인 소셜 미디어를 자유롭게 운영하게 했습니다. 물론 회사와 긴밀하게 소통하며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관리하고 콘텐츠 수위를 조율했지만, 이를 통해 각자의 개성과 매력을 가감 없이 자유롭게 드러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정말 큰 시도였죠. 이는 현지 문화에 맞춰 시스템을 유연하게 변형하고, 어떻게 하면 멤버 각자의 개성과 팀으로서의 시너지를 조화롭게 보여줄 수 있을지 테스트하는 중요한 과정이었습니다.

캣츠아이는 'Touch'가 틱톡에서 바이럴되며 인지도가 급상승했습니다. 숏폼 플랫폼의 중요성을 실감하셨을 것 같습니다.

'Touch' 발매 이후 틱톡에서 저희가 제작한 영상 하나가 예상치 못하게 알고리즘을 타면서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K팝이나 하이브를 전혀 모르던 대중에게까지 캣츠아이라는 팀의 이름과 음악이 알려지기 시작했죠. 그 무렵 넷플릭스에서 다큐멘터리 '팝스타 아카데미'가 공개되면서, 틱톡을 통해 생긴 호기심이 그룹의 진솔한 서사와 성장 스토리에 대한 깊은 공감으로 이어지는 엄청난 시너지가 났습니다. 현재 아티스트의 성공에 있어 숏폼은 음악이라는 본질적인 크리에이티브 다음으로 중요한, 핵심 마케팅 요소입니다.

숏폼의 성공 이후 케이콘(KCON) LA 무대와 한국 음악 방송 출연 등 오프라인과 방송 프로모션이 이어졌습니다. 특히 한국 음악 방송 참여는 현지화 그룹으로서는 이례적인 행보였는데요.

캣츠아이는 기획 단계부터 퍼포먼스에 압도적인 강점이 있는 아티스트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무대를 많이 보여줄수록 팬덤은 강해진다'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짧은 기간 안에 고퀄리티의 무대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생산해낼 수 있는 한국 음악 방송은 너무나 당연하고 효율적인 선택지였습니다. 물론 현지 파트너들에게는 매주 여러 방송사에 출연하며 비슷한 무대를 반복하는 개념이 생소했지만, 이 무대 영상들이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로 확산되며 만들어내는 막대한 미디어 가치와 파급력을 구체적인 데이터로 보여주며 설득했습니다. 실제로 케이콘 LA 무대에서 보여준 압도적인 라이브 퍼포먼스는 팬들에게 강렬한 첫인상을 남겼고, 이후 한국 음악 방송 활동을 통해 그 뜨거운 버즈를 계속 유지하고 증폭시킬 수 있었습니다.

이제 세 번째 단계인 새로운 보이그룹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계십니다. 캣츠아이의 경험을 바탕으로, 보이그룹 프로젝트는 어떤 점에 차이를 두고 접근하고 계신가요?

팝의 역사 전체를 돌이켜보면, 걸그룹은 폭넓은 대중성 확보가, 보이그룹은 열정적인 코어 팬덤 구축이 성공에 더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걸그룹인 캣츠아이가 불특정 다수의 대중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취향을 폭넓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했다면, 새 보이그룹은 열렬히 응원해 줄 '슈퍼 팬'을 초기에 얼마나 빠르게 찾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더 정확히, 그리고 꾸준히 제공해야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오히려 K팝이 수십 년간 발전시켜 온 체계적인 팬덤 구축 노하우나 사고 체계를 빌려올 부분이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BTS의 등장 이후 서양 보이그룹의 명맥이 사실상 끊긴 상황에서, 없던 수요를 새롭게 만들어내고 찾아야 하는 어려운 과제입니다. '도대체 그들은 어디에 숨어 있고, 무엇을 좋아할까?'가 지금 저희 팀의 가장 큰 고민이자 가장 흥미로운 도전입니다.

개인적인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K팝 프로덕션의 마케팅 방식을 미국 현지에서 성공적으로 적용하고, 또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계십니다. 이 과정에서 어떤 보람을 느끼시는지, 개인적인 목표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가장 큰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K팝 고유의 프로모션 방식, 예를 들어 컴백 전 공개되는 콘셉트 포토나 프로모션 스케줄러, 팬들을 위한 비하인드 콘텐츠인 안무 연습 영상 같은 것들을 현지 파트너들에게 그 전략적 배경과 효과를 설명하고, 그들이 그 가치를 온전히 납득하고 매력적이라고 느껴 자신들의 마케팅 전략에 적극적으로 차용했을 때입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는 말을 마케팅 영역에서 조금이나마 실현한 것 같아 깊은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결국 제가 한 일은 'K팝 웨이'의 전파라기보다는 '팬덤 마케팅'의 중요성과 그 구체적인 방법론을 현지에 알리고 데이터로 증명하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방탄소년단 덕분에 업계 전체가 팬덤의 엄청난 힘을 알게 되었고, 캣츠아이를 통해 그 구체적인 실행 방식을 보여줄 수 있었던 거죠. 이 값진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K팝의 정교한 팬덤 마케팅 노하우가 세계 음악 시장에서 하나의 표준 전략으로 자리 잡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