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카당 인터뷰
분노가 미끼가 되는 시대, 가해자의 입으로 노래를 쓰다
밴드 데카당은 2019년 해체 공연조차 치르지 못하고 멈춰 섰다. 멤버들은 각자 다른 밴드로, 세션 무대로, 음악과 무관한 삶으로 흩어졌다.
재결합의 계기는 거창하지 않았다. "해체 공연 한 번은 하자"던 술자리의 약속이었다. 7년 만에 돌아온 무대는 밴드 사상 첫 매진과 떼창으로 화답받았고, 3인조로 돌아온 데카당은 기타리스트 표영진의 합류로 4인 체제 '데카당 2.0'을 완성했다. 신인류와 최엘비가 소속된 레이블 래프터스(RAFTERS)에 새 둥지를 튼 것도 이 무렵이다.
그리고 2026년, EP [RAGE BAITS]. 옥스퍼드가 '올해의 단어'로 꼽은, 분노를 미끼로 삼는 행위를 가리키는 말이다. 너무 쉽게 말하고 책임지지 않는 시대를 향해 데카당은 냉소적으로, 또는 고통스럽게 그들만의 답을 던진다. 완벽한 가해자의 입으로 쓴 타이틀곡 '올가미'와 가해자인지 피해자인지 알 수 없는 'BANKSY'를 지나, 앨범은 역설적인 결론에 도달한다. 망했다고 말할 수 있다는 건, 아직 희망이 있다는 것.
보컬 진동욱, 기타 표영진, 베이스 설영인, 드럼 이현석. 치열한 고민과 화합, 그리고 혐오하는 시대 속 화해의 가능성을 데카당에게 물었다.
2019년 해체 후 7년 만이다. 해체한 밴드가 다시 모이는 데에는 보통 결정적인 한 장면이 있다. 데카당의 그 장면부터 듣고 싶다.
진동욱 사실 밴드를 다시 시작하는 것에 오랫동안 썩 유쾌하지 않은 입장이었다. 솔로도 음악을 그만두려고 시작한 것이었고, 다시 음악을 하기로 마음먹은 뒤로는 부와 명성보다 "내일이라도, 모레라도 조금 더 음악을 할 수 있으려면 뭐가 필요할까"에 집중하며 생존을 위해 이것저것 했던 몇 해였다. 주변에서 밴드를 한다고 하면 "밴드 하지 마라, 정말 힘들다"라고 말하는 반대론자였다. 그런데 밴드를 한 번 했던 사람은 다시 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현석이가 몇 개월을 계속 술을 마시면서 다시 하자고 했고, "그래, 우리가 해체 공연을 못 했으니까 해체 공연 한 번은 하자" 하고 시작했다. 그러고는 바로 영인이에게 전화해서 "야, 해체 공연 한번 하자. 셋리스트 이거다. 연습해 봐라" 했다.
이현석 이 바닥에 나를 끌어들인 것도 동욱이다. 한 번은 갚아야 하지 않나 싶었다.
해체 공연을 하려다 재결합이 되어버린 셈이다. 새 둥지인 래프터스와의 계약 과정도 궁금하다.
진동욱 해체할 때쯤 대표님과 인연이 닿아 엄청 친하게 지냈는데, 해체 직후부터 6개월에 한 번씩 전화가 왔다. 그때는 래프터스라는 회사도 없던 때였다. 항상 어느 정도 술을 드시고 전화를 주셨다. "동욱… 데카당 다시 하면 안 돼?" 그때마다 안 한다고, 안 한다고 정말 많이 거절했다. 그게 22년, 23년, 24년까지 계속됐다. 그러다 우리끼리 "그래, 같이 공연이라도 하자. '뮬저씨 밴드'라도 하자. 뭘 어떻게 하려고 하지 말고, 어떤 것에 구애받지 말고 즐겁게 해보자"라고 마음이 치환되던 시기가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딱 그 6개월 텀이 되는 그날에 전화가 왔다. "회사를 만들었고, 신인류라는 팀과 최엘비라는 래퍼가 함께한다. 나는 꼭 데카당이 같이 했으면 좋겠어." 우리도 그날 어느 정도 술을 마신 상태였다. 그렇게 합류하게 됐다.
7년의 공백 동안 각자 어떻게 지냈나. 악기는 계속 잡고 있었는지도 궁금하다.
이현석 데카당을 그만두고 졸업 후 관련 직종에 종사하다가, 로우 하이 로우라는 밴드의 영입 제안을 받아 활동했고 동욱이와 외주 작업도 같이 했다. 그만뒀다고 드럼을 놓고 있진 않아서, 다시 합류했을 때 크게 녹슨 부분 없이 일정을 소화할 수 있었다. 그래서 밴드가 없는 삶은 상상이 잘 가지 않는다.
설영인 나는 아예 음악과 관련 없는 일을 하면서 오히려 마음 편하게 음악 생각을 안 하고 있었다. 베이스를 아예 놓았고, 심지어 장비를 빌려주기까지 했다가 "그 공연이라도 한번 해보자" 해서 6, 7년 만에 다시 잡았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잘 녹슬었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진동욱 팀원 평가는 "오히려 더 좋아졌다"에 가깝다. 애초에 우리가 정해지지 않은 결의 무언가들을 뭉뚱그려서 만드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 그걸 할 줄 아는 사람들도 생기고, 시점이 넓어진 상태에서 포괄하니 멋진 그림이 많이 나왔다.
영진은 처음 합류한 멤버다. 어떤 마음으로 들어왔나.
표영진 세션 기타리스트로 활동을 많이 하다가 내 음악에 대한 갈망이 컸다. 이전에 밴드를 했지만 잘 유지하지 못하고 넘어왔는데, 내 것을 표출하고 싶은 마음이 커지던 차에 마침 동욱이가 데카당을 다시 시작한다고 했다. 워낙 데카당의 음악이 내 취향과 부합하는 부분이 많아서, 이 친구들과 좋은 음악을 만들면서 멋있는 그림을 한번 그려보고 싶었다.

재결합 공연을 직접 봤다. 무대를 마치고 어떤 기분이 들었나.
진동욱 "이걸 우리가 내일 못하면 어떡하지?"에 대한 불안이 항상 있다. 그건 어떤 궤도에 이르지 못한 뮤지션들에게 주어지는 병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매진이 되었음에도 이게 거품이면 어떡하지, 다음 공연에서 꺼지면 어떡하지. 우리는 16년도부터 활동하던 당시 한 번도 매진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밴드였기 때문에 정말 어벙벙했고, 심지어 우리 때는 떼창이 없던 구간에 떼창을 해주시고, 그게 설계하지 않은 무대적 장치가 되기도 했다. 아직까지도 어안이 벙벙하다. 하지만 불안이 동행하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이현석 그만두게 된 이후 팬분들에게 미안함을 전하고 싶어 계획했던 공연인데, 그 공연 자체가 출발점이 돼서 너무 감사하다. 앞으로 데카당을 하는 데 큰 힘이 될 것 같다.
설영인 해체 후 첫 공연이라 팬분들보다 내가 더 긴장했다. 앰프에서 소리가 나오는 것에 너무 취해 있었는데, 그래도 고맙게 즐겨주셔서 감사했다.

본격적으로 EP 이야기를 해보자. 제목이 [RAGE BAITS]다. 2025년 옥스퍼드 선정 '올해의 단어'이자, 분노를 의도적으로 유발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말이다. 왜 이 단어였나.
진동욱 피로한 지 너무 오래됐던 것 같다. 이 단어가 분노에 포커싱되어 있긴 한데, 나는 '베이트(bait)' 쪽에 훨씬 더 가까운 마음이 크다. 사람들이 너무 쉽게 본인의 생각을 말하고, 그것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게 당연하다시피 된 와중에, 그저 누군가의 귀한 아들딸일 수도 있는 사람들에 대해 너무 쉽게 얘기하는 것에 염증을 느꼈다. 그 피로를 담을 만한 가장 좋은 단어가 뭘까 생각하다가 이 단어가 옥스퍼드에 등재됐다는 걸 알게 됐고, "앨범은 노래들이니까 뒤에 S를 붙이자" 해서 [RAGE BAITS]라는 제목을 달게 됐다.
이번 작품은 확연히 더 거칠다.
진동욱 사실 거친 것에 의도를 둔 건 아니었다. "텍스트가 사운드화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에 대한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텍스트와 대치되거나 공명하는 지점에서 사운드 이펙트와 믹싱이 존재하는데, 스튜디오에서 이런저런 실험을 많이 하면서, 자연스럽게 담은 내용들이 가시화되다 보니 거칠어지게 된 것들이 꽤 많았다. 나는 음악 안에서 공황을 표현하는 걸 좋아하는데, 'BANKSY'는 2절에서 그 공황이 거칠어지고 연주도 튀어나오는 케이스다.
이현석 '알페온 2374'는 투 드럼으로 진행된다. 좌우 심벌 셋과 튜닝을 다르게 한 드럼이 고조되는 연주 속을 헤쳐 나가며 단단하게 작용한다. 단조로운 필인 안에서 액센트를 다르게 주는 식의 재미도 숨어 있으니 찾아 들어보시길 바란다.
설영인 '사람의 아들'은 가사가 워낙 직설적이라, 아웃트로에서는 베이스를 친다기보다 살짝 소음을 낸다는 느낌으로 라인을 만들었다. 저음이 거의 사라진 상태의 소음만 존재하게 된다. 때려 부수듯이.
[RAGE BAITS]의 주제 의식을 가장 잘 담은 노래는 역시 타이틀곡 '올가미'다. "너 심심했는데 잘 걸렸다"라는 가사가 나온다. 요즘은 말하는 것도, 듣는 것도 무섭다. 이 노래의 화자가 궁금했다. 가해하는 입장에서 쓴 것인가, 당하는 입장에서 상상한 것인가.
진동욱 '올가미'는 완벽한 가해자의 입장에서 썼다. 거기 나오는 글귀 자체가, 실제로 가해를 하는 사람들의 케이스를 참고하고 따로 공부해서 만든 결과였다. 그 사람들이 적었던 의견들을 보고, 의견의 흐름이 어떤 식으로 흘러가는지, 심리도 분석하면서 썼다. "다들 즐거워하잖아"가 이유이고, 결과인 것 같다. 사람들이 기분 혹은 도파민에 취약한 상태로 판단을 하게 되고, 내가 누군가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월적인 모먼트로 그걸 해놓고 책임지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 의견이 공동체를 이루기도 하고, 공동체로부터 공격을 받기도 하는 상황들을 보면서 "이건 진짜 끝까지 가야겠다" 싶었다. 사실 원래 가사가 따로 있는데, 그건 수위가 너무 세다. 거의 다큐에 가깝다. 재고의 재고 끝에 잘 치환을 했고, 실제로 그 사람들이 쓴 말을 가사로 옮겨 놨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저런 말을 할 수 있을까"
공동 타이틀 'BANKSY'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보자. 왜 하필 뱅크시인가.
진동욱 철저히 외부의 시선으로 쓴 노래가 '알페온'과 '마그나 카르타'다. 일부러 영문 제목으로 썼고, 가운데의 한글 노래들은 당사자들에 대입했다. '올가미'가 완벽한 가해자의 노래라면, 'BANKSY'는 가해자인지 피해자인지, 혹은 가해자였는데 피해자인지, 피해자였는데 가해자였는지 모르게끔 만든 노래다. 그 정서를 그래피티라는 모티프에 더하다 보니, 그래피티 하는 아티스트가 누가 있지? 뱅크시라는 이름이 잘 어울린다, 해서 맞아떨어진 경우다. 사실 'BANKSY'는 가사가 오랫동안 나오지 않았다. 몇 년 전 공연 때마다 짧은 글귀를 함께 올리던 시즌이 있었는데, 거기 쓴 글귀를 보고 "이때 나는 왜 이걸 썼을까" 하다가, 이번 앨범의 내용이 이렇게 흘러갈 것 같아 그걸 재해석해 늘렸다. 그 당시 만들어 둔 1절 데모와 가치를 결부시킨 결과물이다.
인터뷰 내내 느낀 것은 데카당이 분노를 '소재'가 아니라 '구조'로 다룬다는 점이다. 외부의 시선은 영문으로, 당사자의 목소리는 한글로. 가해자의 입은 타이틀에, 정체를 알 수 없는 화자는 그 옆에. 조리돌림의 시대를 노래하는 가장 흔한 방법은 피해자의 자리에서 울분을 토하는 것이지만, 데카당은 가장 어려운 자리, 가해자의 입안으로 걸어 들어간다. 구조의 끝에서 앨범은 뜻밖의 단어에 도착한다.
앨범은 '알페온 2374'로 시작해 '마그나 카르타'로 끝나는 수미상관의 구조다. 마지막 가사가 "너 때문에 망했어"다. 이 앨범의 결말은 결국 비관인가, 희망인가.
진동욱 영문으로 쓴 노래들은 철저히 이야기 밖 사람들의 이야기다. "너 눈 떠", "일어났으면 이빨 닦아", "야, 사과나무 심어! 내일 지구 망해!" 이런 가사들이다. 그리고 마지막 가사는 "너 때문에 망했어. 지금 세상 너 때문에 다 울고 있어, 어떻게 할 거야? 그러니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멋진 옷 입어." 이런 식으로 배치했는데, 결국은 계속 돌아가게끔 만든 앨범이다. '알페온 2374'는 알파와 오메가의 '알파'가 들어가 시작하는 느낌이 있고, '마그나 카르타'에서 하고 싶었던 얘기는 결국 전복의 의미에 있다. 우리는 계속 회의하고, 어리석게도 반복하면서 살아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망했다"라고 말하는 지점에서 나는 희망을 본다. 실제로 망했으면 아무 말도 못 할 것이다. 일말의 희망이라도 있을 때, 어떤 관계에서든 그것에 대해 얘기한다는 건 "난 너와 계속 이어가고 싶어"라고 말하는 게 분명히 있기 때문에, 그걸 표현해보고 싶었다.
8월 8일 무신사 개러지에서 단독 공연이 열린다. [RAGE BAITS]의 노래들을 라이브로 선보이는 첫 무대다.
진동욱 단독 공연 규모로는 처음 서보는 베뉴다. 이것저것 짙게 준비하고 있으니 많이들 와주셨으면 좋겠다. 8인조 편성인데, 코러스를 더하고 그들에게 퍼커션의 임무를 얹는 식이라 더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인원 공연에서는 "저 사람은 도대체 뭘 하고 있지?" 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고, 오케스트레이션에서 더블 베이스가 마지막 한 음을 위해 곡을 인내하고 인내하는 경우도 있는데, 나는 어렸을 때부터 그게 너무 좋았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음원의 재현이라기보다, 그날에 우리의 라이브가 어떻게 들리는가에 포커싱을 두지 않을까 싶다.
멤버별로 가장 기대하는 곡도 궁금하다.
이현석 '사람의 아들'. 데카당으로서 하는 나레이션 곡은 처음이고, 내 일기장이 낱낱이 까발려지는 기분이 들 것 같아서 더 기대된다.
설영인 '외출'이라는 노래를 새롭게 편곡해서 맞춰보고 있는데 그게 정말 재밌다. 지금 들려드릴 순 없으니까, 와서 들으시라. 8월 8일에 꼭 오시면 될 것 같다.
표영진 '마그나 카르타'. 음원으로는 에너지가 다른 곡에 비해 함축적으로 모여 있는 느낌인데, 합주로 갔을 때는 그 에너지가 온전히 재현된다기보다 어떤 형태로든 변질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화학 작용들이 재미있게 느껴질 것 같고, 그날에 또 다르게 나올 수도 있다.
재결합한 밴드에게는 늘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데카당의 새로운 전기, '데카당 2.0'은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까.
진동욱 칭찬을 들으면 "저렇게 얘기해놓고 뒤에서는 구리다고 하는 거 아니야?" 싶어 주눅 들고, 열등감과 열패 의식이 많았던 20대를 보냈던 것 같다. 이제는 주눅 들지 않고 다음 궤도에 잘 안착할 수 있게, 우리끼리도 실망하지 않고, 우리를 들어주시는 분들께도 실망하지 않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닿을 수 있게끔 도약하고 싶다.
설영인 네 명이 다 즐길 수 있는 곡들을 많이많이 내고 싶다. 그게 내 데카당 2.0의 목표다.
표영진 2.0으로서 처음 합류했으니, 셋이서 경험해 봤던 것들을 나도 경험해보고 싶고, 넷이서 앞으로 경험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생기는 나날들이 왔으면 좋겠다.
이현석 "어느 지점을 밴드로서 찍기 전까지는 계속 달려가야 한다"는 쳇바퀴 속에 있는 것 같다. 계속 싱글이든 EP든 준비하고, 멋있는 공연을 만들고 있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이 앨범을 듣는 분들에게 어떤 마음으로 들어주셨으면 하는지.
진동욱 "나 또한 그러지 않았나"라는 의심이 들면서도, "나처럼 생각하는 누군가가 이런 음악을 내주었구나"라는 마음이 동시에 들었으면 좋겠다.
표영진 크게 느끼면서 들을 수 있는 재미도 있고, 개별로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거리들이 많다. 이 메시지들이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 곱씹으면서 들어주시면 재미가 더해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