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심야 인터뷰

'도그'에 '마'가 꼈다.

김심야 인터뷰

김심야는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았다고 한다. 트랙리스트를 건드리려 하면 “개같이 짖어버리는” 쪽이었다. 새 앨범 [DOGMA]도 처음에는 그 고집을 이어갈 이름이었다. 전작 [DOG]와 연결되는 단어가 마음에 들었고, 이번에도 자신의 독단을 보여줄 생각이었다. 질주하는 야생마처럼 고독하게 달려갈 심산이었다.

제목을 정하고 사람이 달라졌다. 가족이 생겼다. 정말로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10년 동안 동고동락한 회사의 결정을 전적으로 수용하고, 아이디어에 토를 달지 않기로 했다.

김심야에게 이번 작업은 수행이었다. 내 앨범이라는 마음을 내려놓고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일은 여전히 어려웠다. 동시에 혼자서는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생겼다. 오래 알고 지낸 사운드 서플라이 서비스(SoundSupply_Service)의 동료들과 함께하는 과정에서 김심야는 목표에 도달하는 방식과 자신이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지를 다시 생각했다.

목소리는 작아지고 벌스는 짧아진다. 래퍼가 전면에 서기보다 하나의 소스처럼 들리기를 바란다. 트랙을 건너뛸 수 없는 4,500대 한정 명상 기기에는 편안함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명상의 경험을 담았다. 김심야는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보다 하나의 경험을 만들고 싶다는 말을 전했다. '도그'에 '말'이 꼈다.

신보 [DOGMA]를 기다려온 이들에게 앨범을 소개해 달라.

나는 음악을 만들 때 절대로 남의 말을 듣지 않았다. 트랙리스트를 건드리려고 하면 개같이 짖어버리는 스타일이었다.

이번에는 모든 면에서 다 열어놓고 의견을 받아들였다. 진정으로 다 함께 만들었다는 느낌을 받아서 특별하다. 삶의 방향도 그렇게 잡고 싶었다. 열린 마음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나에게는 특별한 앨범이다. 만드는 방식도, 만들 때의 마음가짐도 이전 앨범을 만들면서 한 번도 가져보지 않았던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만트라 같은 앨범이다. 이 앨범을 볼 때마다 ‘맞아, 이때는 다 열어놓고 모두와 즐겁게 했지. 앞으로도 이렇게 긍정적이고 행복한 사람이 되어야지’ 하고 생각하게 된다.

마음을 열면서 새롭게 겪은 경험과 감정이 담긴 앨범이라고 볼 수 있나.

그런 것 같다. 다만 내용에서는 사실 그런 내용을 찾아볼 수는 없다. 본격적으로 작업에 들어갔을 때 제주도에서 캠프를 했는데, 다른 친구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굉장히 즐거웠다.

‘내 앨범이고 내 것이니까 내 말을 들어줬으면 좋겠어’가 아니라 ‘너희가 생각할 때는 어떤 게 가장 좋은 것 같아?’ 하고 물었다. 과거에도 물어보기는 했지만 답을 듣고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했다. 이번에는 최대한 받아들이려고 했다.

트랙리스트에도 원래 같으면 내가 빼고 싶은 곡이 많다. 그런데 프로듀서 친구가 무조건 넣어야 한다고 하면 넣고, 회사에서 이 곡은 꼭 들어가야 한다고 하면 넣는 식으로 작업했다.

[DOGMA]는 독단적인 신념이나 고집을 떠올리게 하는 제목이다. 작업 방식은 오히려 그 반대로 작용했다.

제목을 지을 때는 내 상태가 이렇지 않았다. 원래대로 ‘나는 그런 녀석이고,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독단적임을 보여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사실 어디선가 이 단어를 보고 좋다고 생각했던 거다. 1집이 [DOG]니까 연결되는 것도 재미있었다. 그렇게 제목을 정해 놓고 이렇게 작업하게 될 줄은 생각하지 못한 지점이었다.

첫 정규 앨범 이후 6년 만의 컴백이다. [도그마]로 돌아오기까지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있었을 것 같다. 그 시간 동안 무엇을 얻었나.

과거를 많이 돌아봤다. 어떤 사람이었고 무엇을 위해 달려왔는지 생각했다. 돌아보니 내가 정했던 목표나 그 목표를 향하는 방식이 굉장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새로운 목표와 방식을 정하려면 그 방식으로 목표를 향해 가는 내가 누구인지 알아야 했다. 나에게는 그게 중요했고, 그것을 찾아가는 여정이었던 것 같다. 목표 자체보다 그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다.

군대와 결혼이 래퍼를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는 생각을 했다. 결혼 이후 성장했다고 느끼는 부분도 있나.

나는 두 가지가 동시에 왔다. 굉장히, 엄청난 성장을 이뤘다. '남의 말을 잘 듣자'는 앨범 제작의 태도는 사실 '아내 말을 잘 듣자'로부터 만들어졌다.

4,500장 한정으로 발매한 피지컬 음반이 독특하다. 명상 기계에서 모티프를 가져왔다고 들었다.

이어폰으로도, 스피커로도 들을 수 있는 기기다. 배터리를 넣어야 한다. 내가 정말 마음에 들었던 점은 트랙을 건너뛸 수 없다는 것이다. 시작하고 멈추고 끄는 기능과 볼륨 조절이 있다. 회사에서 [도그마] 앨범을 이런 식으로 만들어보는 게 어떻겠냐고 연락을 해줬을 때 너무 좋다고 해서 시작했다.

그 형태를 통해 어떤 명상의 경험을 표현하고 싶었나.

미디어에서는 명상을 고요하고 편안한 것으로 풀어낸다. 내가 생각하는 명상은 정말 힘들고 고통스러운 행위다. 전쟁이다. 너무 힘들고 하기 싫다. 그런 부분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다.

별도의 기기로 음악을 들려준다는 점에서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의 스템 플레이어(Stem Player)가 떠오르기도 했다.

생각해 보니 비슷하기는 한데, 어쩌겠나.

스트리밍 음원과 이 한정반에 담긴 음원은 어떻게 다른가.

앞서 말한 대로 명상을 할 때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싶었다. 디지털 음반에서는 듣는 사람들을 괴롭힐 수 없지 않나. 이 기기는 프로젝트의 성격을 갖고 있으니 그 취지에 맞는 곡들이 들어가 있다. 앨범에 들어가지 않는 곡도 많이 담았다.

구조나 러닝타임도 의도적으로 힘들게 구성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듣는 일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앨범이다. 조금 생각해야 할 지점이 많다.

사운드 서플라이 서비스는 [DOG]부터 함께해 온 동료들로서 한국 전자음악 신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음악 레이블이다. 이들과 협업을 진행하는 이유는.

고등학교 때부터 알던 친구들이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기에 한국에서 가장 잘하는 친구들이다. 사운드 서플라이 서비스를 하기 전에도 잘했지만, 활동을 시작한 뒤 능력을 더 인정받는 모습을 보니 기쁘다.

힙합에는 친구들끼리 끌어주는 문화가 있다. 예전에는 내가 그 역할을 충분히 해주지 못했다고 생각해서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다. 지금 이렇게 잘되고 계속 멋있는 음악을 하는 친구들을 보면 뿌듯하고, 함께 음악을 만들 수 있어서 좋다.

대표적으로 ‘HDI HDI HDI HDI HDI HDI’가 있다. 풋워크 사운드에 칩멍크 소울 스타일이 섞었다. 사운드 서플라이 서비스 소속 CCR과 함께 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한국에서 풋워크를 가장 잘하는 친구 중 한 명이다. [DOG]에도 풋워크 리듬이 있지만, 이번에는 대놓고 풋워크인 곡을 하나 하고 싶었다.

[도그마]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이름은 프로듀서 마운트 XLR(Mount XLR)이다. 마운트 XLR의 전자 음악 위에서 랩을 뱉는 김심야라, 이거 어딘가 익숙한데.

어쩔 수 없이 XXX를 함께했던 진수 형(FRNK)이 많이 생각난다. 형과 작업할 때가 떠올랐고, 내가 이런 작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도 다시 알게 됐다. 진수 형이나 Mount XLR이 보여주는 번뜩이는 순간들을 옆에서 보며 많이 배운다. 그들의 작업 수준에 비하면 내가 현재 트랙을 쓰는 건 배우고 익혀야 할 게 더 많다. 훔치려고 옆에서 엄청 열심히 보는 것이다.

제주 하우스 오브 레퓨즈에서의 송캠프는 얼마나 진행했나. 함께 모여 작업하는 방식이 잘 맞았던 것 같다.

일주일 정도였던 것 같다. 나는 이게 최상의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평소에 혼자 작업한 트랙을 쌓아두고, 친구들과 할 때는 스튜디오를 잡아서 캠프를 하는 것이다. 그렇게 쌓인 곡을 가지고 해외 프로듀서를 만난다면 계속 들려주면서 여기에 무엇을 해보겠느냐고 물어볼 수 있었다. 아무 준비 없이 만나 인사하고 작업을 시작하는 것보다 빠르고, 어떤 방향으로 앨범을 만들고 싶은지도 트랙을 들으면 알 수 있었다. 내가 생각하지 못한 지점도 깨닫게 됐고.

이번 협업과 [도그마] 앨범으로 가장 기억에 남은 경험은 무엇인가.

매 순간이 수행이었다. 남의 말을 억지로 듣는 걸 내가 자처해서 하고 있는 것이다. 힘들었다. 하지만 배우는 게 많았다. 진정으로 협업했을 때 생기는 예상하지 못한 긍정적인 결과를 내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말을 들으니 좋은 일이 생기더라. 그러니 이 친구 말도 들어보고, 저 친구 말도 들어보게 됐다.

그래서 '도그'였던 첫 정규 앨범에 '말'을 끼워 넣어 [도그마]라는 앨범이 만들어진 건지도 모르겠다. 이번 앨범은 공격적인 전자음과 목소리가 합쳐지면서 김심야 자신이 전자음악의 악기가 된 듯한 인상을 준다.

방금 말한 부분이 나에게 중요하고, 앞으로의 방향성이기도 한 것 같다. 나는 가믹스를 할 때도 내 목소리를 정말 작게 해놓는다. 하나의 소스처럼 들렸으면 좋겠다. 그러다 보니 벌스도 점점 짧아진다. 그래야 내가 의도한 느낌이 난다. 16마디를 해버리면 아무리 무슨 짓을 해도 그냥 힙합 트랙처럼 느껴진다. 어떤 장르인지 쉽게 가늠할 수 없도록 경계를 지우려는 의도도 있었나. 어떤 장르인지 쉽게 가늠할 수 없도록 경계를 지우려는 의도 같은 건 아니다. 음악에서 나를, 래퍼를 지우고 싶은 것이다.

앨범을 완성하고 나니 어떤 감정이 남았나.

즐겁게 들어줬으면 좋겠다.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말을 빌리고 싶다. 뜻깊고 멋진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서도 마을 전체가 필요한 것 아닐까? 그래서 다른 의미로 굉장히 개인적인 앨범이기도 하다. 내용 자체는 개인적이지 않은데, 경험이 너무 개인적이다.

앞으로 라이브에서는 어떤 경험을 만들고 싶나.

인생에서 처음으로 라이브를 즐겨보고 싶다. 어떻게 하면 즐길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고, 장비도 생각하고 있다. 내용적인 부분보다는 경험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크다. 나의 이야기보다는 모두의 경험을 만들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