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원 인터뷰

평범함을 믿는 사람에게 찾아온, 조금 이상한 마음

강지원 인터뷰

강지원은 첫 정규 앨범 [Ordinary Ever After]에 평범함을 믿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런데 앨범을 발표하고 돌아보니 자신이 늘 평범하게만 살아가는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 안에는 평범함과 이상함이 함께 있고, 그 비율은 날마다 달라진다. 강지원의 표현을 빌리면, 이번에는 “내 안의 오드가 올라오는” 차례였다.

10월 14일 발표한 EP [but be odd now?]는 그렇게 시작됐다. 전작의 곡 제목을 뒤집은 피아노 연주곡 ‘Oddebla’, 어린 자신을 만나러 가는 ‘Da capo’, 모두가 행복해야 한다는 크리스마스의 기대에 심술을 부리는 ‘Santa says’. 여기에 새로운 편곡과 목소리로 다시 만난 ‘Catchball’과 ‘the dumbers’가 이어진다. 익숙한 노래에서도 다른 감정과 관계를 발견할 수 있다.

변화는 소리뿐 아니라 앨범을 만드는 일상에도 있었다. 혼자 여행을 떠나고, 오래된 관계를 정리하고,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행동을 해보았다. 소심하고 도전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던 자신을 조금씩 벗어나보는 과정이었다. 능숙하지 않은 기타를 치다가 문득 마음에 드는 리프를 발견한 순간도 그 안에 있었다.

발매 하루 전인 10월 13일, 서울 을지로 레코드스톡에서 열린 첫 번째 ZENERATE Listening Room에서 강지원과 새 EP의 다섯 곡을 함께 들었다. 아직 공개하지 않은 음악을 나누는 설렘부터 피아노와 기타의 소리, 동료들과의 협업, 음악을 듣는 사람들의 존재를 실감하는 순간까지. 평범함과 이상함 사이에서 자신의 균형을 찾아가는 음악가의 이야기를 전한다.

ZENERATE Listening Room의 첫 번째 게스트입니다. 발매를 하루 앞두고 아직 공개하지 않은 음악을 관객들과 함께 듣는 기분이 어떤가요?

강지원 저는 이 음악들을 엄청 많이 들었잖아요. 그런데 오늘 오면서 여기 오시는 분들은 한 분도 제 음악을 미리 듣고 오신 게 아니라는 걸 다시 자각하니까 조금 떨리더라고요.

저도 친구들의 음악을 발매 전에 들을 때 설레는 마음이 있어요. 비밀을 공유받는 느낌이 들거든요. 오늘 그런 느낌을 같이 공유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화요일 밤인데도 시간 내서 와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음악을 재미있게 같이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올해 5월 첫 정규 앨범 [Ordinary Ever After]를 발표했습니다. 이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나요?

강지원 6월에 진행한 단독 콘서트가 제일 기억에 남아요. 항상 셋리스트를 채울 때 고민이 많았는데, 새로운 곡 열 곡으로 싹 채우니까 저도 기분이 정말 산뜻하더라고요. 그때 공연하면서 느꼈던 감정들도 좋았고요.

음반에 담긴 노래를 라이브로 옮길 때는 어떤 부분에 신경을 썼나요?

강지원 열 곡에 들어가는 소스가 정말 다양한데, 그걸 실현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잖아요. 저희 다섯 명 안에서 해결해야 했으니까요. 실제 악기로 연주했을 때 어느 정도로 구성해야 느낌이 좋을지 생각하면서 다시 편곡하고, 조금 미니멀하게 정돈하는 과정이 있었어요.

전작은 눈밭에 멀리 서 있는 모습이었는데, 이번 커버에는 수영 고글을 쓴 얼굴이 가까이 등장합니다.

강지원 이번 사진을 찍었을 때는 여름이었고, 정규 앨범 커버를 찍었을 때는 겨울이었어요. 눈이라는 대자연 속에 덩그러니, 멀리 있는 저와 대비를 줘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여름에 가까이 있는 저의 모습을 보여주자는 생각으로 시작해서 만들었습니다.

Oddebla

첫 곡 ‘Oddebla’는 제목부터 낯설어요. 어떤 의미인가요?

강지원 스펠링이 O-D-D-E-B-L-A예요. 지난 앨범에 있는 ‘Albedo’의 스펠링을 뒤집어서 지은 이름이에요. 그대로 뒤집으면 O-D-E-B-L-A가 되는데, 이번 앨범의 주제인 ‘Odd’를 가져와서 D를 하나 더 넣었어요.

처음에는 ‘Albedo’라는 단어 자체도 저한테 생소했거든요. 그런데 그걸 한 번 더 뒤집는다는 게 신기하기도 했고, 거기에 D를 더하니 ‘Odd’로 시작한다는 것도 재미있었어요. 저와 같이 일하는 세훈 님과 브레인스토밍하다 나온 아이디어였는데, 이건 제목으로 갖고 있어야겠다고 생각했죠. 제목이 먼저 나오고, 그다음에 곡을 썼어요.

앨범의 시작을 피아노 연주곡으로 열었습니다.

강지원 제가 피아노를 치는 사람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제 이름으로 피아노 연주곡을 낸 적은 한 번도 없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 ‘Odd’한 김에 한번 내보자” 해서 만든 곡이에요.

혼자 잼을 하면서 녹음하고, 그중 좋은 부분을 잡아가면서 꽤 빠르게 완성했어요. 처음으로 그랜드 피아노 녹음을 해본 곡이기도 해서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그랜드 피아노 녹음은 평소 작업과 어떻게 달랐나요?

강지원 보통은 작업실에 있는 업라이트 피아노로 연주하고, 녹음도 제가 직접 컨트롤해서 받았어요. 이번에는 스튜디오에 제 소리를 받아주는 분이 계시니까 그분께 의지할 수 있다는 게 좋았고요.

소리도 훨씬 열려 있고, 크고 작음의 폭이 더 넓더라고요. 그랜드 피아노는 칠 때 기분이 조금 더 좋아요. 저는 그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Da capo

타이틀곡 ‘Da capo’는 어떤 이야기인가요?

강지원 ‘Da capo’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라”는 뜻을 가진 악상 기호예요. 그걸 어린 나를 만나는 일에 비유했어요. 지금의 내가 과거로 돌아가 어린 나를 만나고, 함께 춤을 추는 내용이에요.

최근에 친구들과 수다를 떨다가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어렸을 때는 지금 나이가 되면 엄청 다르고 대단한 생각을 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막상 되어보니 딱히 다를 게 없더라고요. 거기서 아이디어가 출발했어요.

그러면 어린 내가 지금의 나를 만났을 때 반가울까, 씁쓸할까, 기분이 좋지 않을까 생각해봤어요. 여러 감정을 함께 느낄 것 같았거든요. 그런 느낌을 기타 리프에 담아보고 싶었어요. 제가 원래 하던 장르와는 조금 거리가 있을 수 있지만, 저는 정말 좋아하는 노래예요.

그 기타 리프를 처음 만들었을 때도 특별한 느낌을 받았다고요.

강지원 그냥 갑자기 쳤는데, “이거 될 것 같다”는 생각이 확 들었던 기억이 있어요. 그때 되게 이상했어요. 제가 기타가 능숙한 사람이 아니라 삐걱삐걱하면서 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도 “이 느낌 너무 좋다”는 생각이 바로 왔어요. 음원을 작업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중 하나예요.

차분한 기타 연주에서 출발해 후반부에 소리가 크게 펼쳐집니다. 김춘추가 참여한 기타 솔로도 인상적이고요.

강지원 기타 리프를 만들고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니, 뒤에서 편곡이 조금 더 터지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양한 음악을 듣고 공부하면서 편곡했어요.

뒤에 터지는 부분에서 김춘추 님이 솔로를 해주셨는데, 마지막의 증폭을 정말 기깔나게 해주셨어요. 그리고 다시 후렴구로 넘어갈 때 대비도 잘 만들어주셨고요. 그 부분이 이 노래의 청취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그 오묘한 느낌이 매력인 곡이에요.

Santa says

‘Santa says’에서는 산타에게 꽤 심술을 부립니다. 크리스마스에 안 좋은 기억이 있었나요?

강지원 크리스마스에 딱히 슬픈 일이 있었던 건 아니에요. 단단히 뿔난 사람이 부르는 노래예요. 산타가 착하게 굴어야 선물을 준다고 하잖아요. 거기에 반발해서 산타의 썰매를 못 움직이게 하고, 크리스마스도 없던 걸로 하자는 식의 이야기죠.

크리스마스에 대한 환상이 있잖아요. 엄청 로맨틱하고, 모두가 행복하고 웃고 있는 이미지요. 그런데 저는 크리스마스에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막연한 행복을 느껴본 적이 없거든요. 다른 날과 다를 게 없는데 밖이 조금 예쁘게 꾸며져 있는 정도로 다가왔어요.

저만 그런 건 아닌 것 같았어요. 이게 어떤 허상 같은 걸까 생각하기도 했고요. 크리스마스가 됐다고 하루아침에 행복한 모드를 켤 수는 없잖아요. 그런 생각을 조금 재미있게 풀어보자고 해서, 심술이 난 사람에게 대입해 곡을 써봤어요.

[Ordinary Ever After]가 일상의 소소한 순간을 바라봤다면, 이번 EP에서는 그 일상을 조금 비틀어보는 시선이 느껴집니다. 그런 과정에서 어떤 재미를 발견했나요?

강지원 [Ordinary Ever After]에는 평범함을 믿는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그런데 사람 안에는 오디너리함과 오드함이 무조건 공존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비율의 차이일 수도 있고, 날마다 달라질 수도 있고요.

막상 평범함에 관한 곡들을 내고 나서 돌아보니, 제가 그렇게 평범하게만 살아가는 사람은 아닌 것 같더라고요. 제 안의 오드가 올라왔어요. 본능적으로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이런 앨범을 낸 것 같기도 해요.

제가 조금 소심하고, 도전적이지 않은 성격일 수도 있는데요. 그걸 타파해보기 위해 저의 오드함을 조금 더 파보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Catchball-guitar version

정규 앨범의 첫 곡 ‘Catchball’을 기타 버전으로 다시 실었습니다. 기존 곡을 새롭게 작업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강지원 처음에는 지난 정규 앨범의 디럭스 앨범으로 기획했어요. 신곡 하나 정도에 기존 곡을 다시 작업한 버전 한두 곡을 더해서, 싱글이나 EP 정도로 내볼까 했죠.

그런데 곡이 계속 쌓였고, 모아서 내고 싶은 마음도 생겼어요. [but be odd now?]라는 주제도 들려주고 싶어서 지금의 EP로 재탄생한 거예요.

‘Catchball’은 지난 앨범에서 제일 처음 쓴 곡이에요. 이 노래를 쓰고 “정규 앨범을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거든요. 그래서 의미가 있는 곡이기도 해요.

새 버전에서는 어쿠스틱 사운드와 화음이 겹겹이 쌓입니다. 어떤 소리를 만들고 싶었나요?

강지원 제가 어쿠스틱한 걸 정말 좋아해요. 어쿠스틱 사운드 위에 하모니를 쌓는 것도 좋아하고요.

한 2년 전쯤 [Weather] EP를 내고 공연할 때, 싱어송라이터 김효린 씨와 이끼 씨, 저까지 세 명으로 무대를 한 적이 있어요. 그때 ‘pasta24’도 세 사람의 버전으로 편곡했는데, 그 느낌이 항상 너무 좋았거든요. 이번에도 그 느낌을 다시 내보고 싶었어요. ‘Catchball’이 꽤 적당할 것 같아서 두 사람을 얼른 섭외해서 만들었습니다.

원곡이 공원에서 한가롭게 하는 캐치볼 같았다면, 이번 버전은 공이 빠르게 오가는 탁구처럼 들리기도 해요.

강지원 공이 가벼우니까 조금 더 퐁퐁 튀는 느낌이 있어서 그렇게 느끼셨을 수도 있겠네요. 좋은데요. 감사합니다.

the dumbers (feat. 정우)

마지막 곡 ‘the dumbers’의 재해석에는 정우가 참여했습니다.

강지원 원래부터 피처링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작업한 곡이에요. 그렇지만 지난 정규 앨범에는 혼자 부른 버전을 실었어요.

이번에 정규 앨범의 1번과 10번 트랙인 ‘Catchball’과 ‘the dumbers’를 가져오기로 하면서, 피처링을 불러 원래 하고 싶었던 방식으로 작업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지난 정규 앨범을 쭉 듣다 보면 ‘the dumbers’가 연인의 사랑 노래처럼 들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정우 님께 2절을 부탁드리면 사랑의 의미가 조금 더 넓어질 것 같았어요. 우정이 될 수도 있고, 유대나 연대처럼 더 퍼져나갈 수도 있겠다고요.

그렇게 의미를 넓게 뻗어나가게 하는 데 정우 님의 목소리가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았어요. 그래서 “한 번만 해주십시오” 하고 연락드렸죠.

앞으로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음악가도 있나요?

강지원 정말 많지만, 요즘에는 해외에 있는 분들과 작업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이제는 외국에 있는 분들과 작업하는 게 그렇게 어렵지 않은 세상이기도 하고, 어렸을 때부터 해외 음악을 정말 좋아했거든요.

정말 막연하게, 될지 안 될지는 모르지만 꼽아보자면 워터베이비(waterbaby)라는 싱어송라이터가 있어요. 최근에 낸 앨범을 정말 좋게 들어서 언젠가 꼭 작업해보고 싶어요.

콰데카(Quadeca)와도 함께해보고 싶고요. 스트링을 정말 멋있게 잘하거든요. 언젠가 한번 같이 작업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이 앨범을 듣는 사람들에게 어떤 기분을 전하고 싶나요?

강지원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일부러 오드해지려는 노력을 많이 했어요. 혼자 여행을 떠나보기도 하고, 오래된 관계를 정리해보기도 했어요. 원래의 일상이었다면 하지 않았을 법한 행동을 많이 했죠.

그런 기분을 느끼고 싶을 때, 일상이 너무 권태로울 때 들어주시면 좋겠어요. “얘는 이런 경험을 하면서 오드해졌구나” 하면서 조금 대리만족을 느끼실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마지막으로 오늘 함께 음악을 들은 분들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강지원 저는 방 안에서 계속 음악을 만들다 보니까, 공연이나 이렇게 다 같이 만나서 듣는 기회가 없으면 누군가 어떤 곳에서 제 음악을 계속 듣고 있다는 실감이 잘 나지 않아요.

불러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왔는데, 저도 이 시간을 통해 제가 혼자 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기분을 다시 느꼈어요. 그래서 많이 충만해졌어요.

올해 정규 앨범부터 지금까지 쭉 달려오고 있는데, 계속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년에도 잘 부탁드린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ZENERATE Listening Room은 아티스트와 함께 음악을 듣고 이야기를 나누며, 음악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시간입니다. 첫 번째 시간은 서울 을지로 레코드스톡에서 강지원의 EP [but be odd now?]와 함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