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제너레이트 연말 결산] 최고의 국내 앨범 20장

2025 한국 최고의 앨범 20장은?

[2025 제너레이트 연말 결산] 최고의 국내 앨범 20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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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너레이트 연말결산을 소개합니다. 케이팝, 가요, 해외 총 3개 부문입니다. 케이팝은 노래, 가요 - 노래/앨범, 해외 - 노래/앨범으로 각 20곡 / 20장을 골랐습니다. 올해는 특별히 20위부터 1위까지 순위를 매겨 발표합니다.


20위. 에피 [pullup to busan 4 morE hypEr summEr it's gonna bE a fuckin moviE]

김도헌: 뉴욕타임스와 피치포크가 주목하며 해외에서 먼저 반응한 앨범이다. 동아시아 하이퍼팝의 재해석을 보여주며, 에피에게 쏟아진 하이프(Hype)를 단기간 내에 증명해 낸 13분짜리 강렬한 로드 무비와 같다.

장준환: "20세기 출생들은 꺼져"라는 가사처럼 공격적인 태도와 사운드로 무장한 '뱅어(Banger) 모음집'이다. 에피가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오며 겪은 반년 간의 서사를 키치하고 영리하게 풀어냈다.

19위. 아시안 글로우 [1110011]

장준환: 다작을 하면서도 매번 높은 퀄리티를 갱신하는 아시안 글로우의 역량이 집대성된 정규 5집이다. 슬래커 록부터 옛 게임 OST를 연상시키는 정신없는 전자음악까지, 그간의 장점을 총집합해 완성도를 높였다.

김도헌: 한국 슈게이징 흐름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작품으로, 아시안 글로우가 새로운 이름으로 돌아와 보여준 음악적 성취가 돋보인다. 슈게이징 강국인 한국의 위상을 보여주며, 다채로운 프로덕션이 앨범을 꽉 채우고 있다.

18위. 정우 [철의 삶]

김도헌: [클라우드 쿠쿠 랜드]에서 구름과 함께했던 정우가 이번에는 만동의 콘트라베이스 주자 송남현과 손을 잡고 또 한 번 변신했다. 단단하고 맑은 목소리로 우리 사회의 이야기를 전하는 정우의 메시지가 아방가르드한 재즈 사운드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장준환: 끊임없이 음악적 확장을 시도하는 정우의 의지가 돋보이며, 즉흥적이고 자유로운 잼(Jam) 스타일의 연주가 앨범을 풍성하게 채운다. 삶을 대장장이처럼 연마하며 단단해지려는 모두에게 위로를 건네는, 따스하면서도 묵직한 앨범이다.

17위. 킴제이 [KOREAN AMERICAN]

장준환: 스크릴렉스(Skrillex)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 브로스텝과 컴플렉스트로 장르를 한국적으로 완벽하게 소화한 헌정작이자 야심작이다. 팩스갱(Fax Gang), 언더스코어스(Underscores) 등 글로벌한 피처링 진을 통해 프로듀서로서의 역량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김도헌: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국경을 초월해 소통하는 킴제이의 정체성이 앨범 전반에 녹아있다. 맥북 하나로 작업했다고는 믿기 힘든 퀄리티와 감각적인 사운드가 한국 대중음악 시장에 킴제이라는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16위. 행간소음 [독백적 집단]

장준환: 라디오헤드(Radiohead)나 킹 크림슨(King Crimson) 같은 아트 록, 익스페리멘탈 성향을 한국적으로, 마치 서울전자음악단처럼 부드럽게 환산해 냈다. 2000년대 후반 인디 록 명반들의 계보를 잇고자 하는 방향성이 뚜렷하며, 불친절한 구성조차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김도헌: 제도권 인디 씬의 정형화된 문법에 반기를 드는 듯한 난해함과 모호함이 오히려 신선한 충격을 준다. 멤버들의 취향이 잘 버무려진 출사표 같은 앨범으로, 향후 명확한 콘셉트를 잡았을 때의 파괴력이 더욱 기대되는 팀이다.

15위. 루디스텔로 [ten]

장준환: 베테랑 밴드가 10년 만에 내놓은 정규 앨범으로, 우주를 탐험하는 듯한 압도적인 몰입감과 사운드스케이프를 선사한다. 크라우트 록(Krautrock)의 점진적인 전진감과 스페이스 록의 몽환적인 분위기가 51분을 꽉 채운다.

김도헌: 단 세 명의 멤버가 만들어냈다고는 믿기 힘든 사운드의 밀도와 완성도가 올해 록 앨범 중 단연 돋보인다. 밴드 붐 속에서 신인들에게만 주목하는 시선에 경종을 울리며, 베테랑의 건재함과 무게감을 증명한 수작이다.

14위. 신지항 [NONG]

장준환: 스윙스의 안목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저스트 뮤직의 새로운 희망이다. 어린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투박한 아날로그 사운드와 몽롱한 전자음을 결합하는 능력이 탁월하며, 1인 군단으로서 앨범 전체를 이끌어가는 힘이 대단하다.

김도헌: R&B와 힙합, 팝의 경계를 넘나드는 몽환적이면서도 캐치한 사운드가 일품이다. 앨범의 유기적인 구성과 응집력이 뛰어나며, 신지항이라는 아티스트의 무한한 가능성을 확신하게 만든다.

13위. 주혜린 [stereo]

장준환: '한국의 핑크팬서리스'라 불릴 만하며, Y2K 감성과 라운지 뮤직을 현대적으로 세련되게 재해석했다. 박준우 등 감각적인 프로듀서들과의 협업을 통해 편안하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정도(正道)를 걷는 팝 앨범을 완성했다.

김도헌: 자신의 일상을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풀어내는 접근성이 좋으며, 2000년대의 향수를 자극하면서도 촌스럽지 않게 풀어냈다. 라이브에서 보여주는 진가와 앨범의 높은 완성도는 주혜린이 단순한 유행 편승자가 아님을 보여준다.

12위. 엑스트라 스몰 [Tears]

장준환: 힙노시스 테라피(Hypnosis Therapy)와 XXX의 키치한 버전이라 할 수 있는, LA 기반 듀오의 독창적인 미감이 돋보이는 앨범이다. 패셔너블한 비주얼과 트렌디한 사운드, 그리고 실험적인 요소들을 '짜치지 않게' 잘 버무려냈다.

김도헌: 힙합과 일렉트로닉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들며 자신들만의 '미감'을 구축했다. 킴제이, 에피 등과 교류하며 글로벌 하이퍼팝 씬의 흐름을 공유하면서도, 엑스트라 스몰만의 팽팽한 신디사이저와 독특한 바이브를 잃지 않았다.

11위. 지바노프 [Misery]

장준환: 얼터너티브 R&B 아티스트로서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세련된, 교과서적인 앨범을 만들어냈다. 모두의 입맛을 맞추기 어려운 과업을 특유의 음색과 스윔굿(Swimgood) 팀과의 호흡으로 완벽하게 수행했다.

김도헌: 독특함보다는 통속적이고 정석적인 R&B의 힘을 보여준 앨범으로, 앨범 단위의 서사 연결과 스킷(Skit) 구성이 탁월하다. 올해 나온 R&B 앨범 중 완성도 면에서 최고 수준이라 할 만하다.

10위. 염따 [살아숨셔 4]

김도헌: 성공과 실패를 모두 겪은 '형'이 전하는 진솔한 이야기이자, 힙합 팬들에게 무한한 감동을 선사하는 앨범이다. 꾸미지 않고 자신이 가장 잘하는 방식인 비트 메이킹과 스토리텔링으로 돌아와, 삶의 희로애락을 유쾌하면서도 진지하게 풀어냈다.

장준환: 한국 힙합에서 실종되어 가던 서사의 감동을 되살렸으며, 힙합을 잘 모르는 이들에게도 접근성이 좋은 앨범이다. 염따라는 캐릭터의 흥망성쇠를 아는 이들에게는 눈물겨운 명작이며, 염따가 비로소 멋진 어른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9위. 피치 트럭 하이재커스 [Peach Truck Hijackers]

장준환: 소음발광 강동수의 프로듀싱과 세이수미 김병규의 믹싱 지원을 받아 탄생한, 부산 인디 씬의 거물들이 조력한 신인 밴드의 야심 찬 데뷔작이다. 포스트 펑크 사운드 위에 기후 재난 등 부조리한 사회 문제를 다루는 과감한 가사가 인상적이다.

김도헌: 거칠고 순수한 록의 쾌감을 제대로 보여준다. 제도권의 다듬어진 표상이 아닌, 자주적으로 뭉쳐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는 태도에서 인디 밴드 본연의 매력과 연대를 느낄 수 있다.

8위. 휴레믹 [Seeking Darkness]

김도헌: 파란노을이 새로운 활동명으로 발표한, 포스트 록에 정통적으로 귀의한 충격적인 앨범이다. 서울대에서 개발한 국악 가상악기를 활용해 고풍스러운 한국적 미를 더했으며, 가상악기로 찍었다고는 믿기 힘든 압도적인 사운드를 구현했다.

장준환: 스완스(Swans)의 정취를 물씬 풍기며, 슈게이징을 넘어 포스트 록으로 확장된 아티스트의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완성된 포스트 록 앨범 안에 한국적인 요소를 이질감 없이 녹여낸 재능의 벽을 실감하게 한다.

7위. 자우림 [LIFE!]

장준환: 김윤아의 투병 경험에서 비롯된 '생의 마지막'에 대한 섬뜩한 상상과 분노가 담긴 앨범이다. 사회의 혐오와 방관에 맞서 싸우는 '분투 스펙트럼'을 보여주며, 삶과 죽음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날 선 사운드로 표현했다.

김도헌: 김윤아 원맨밴드가 아닌, 세 멤버의 합이 폭발적으로 어우러지는 역동적인 밴드 사운드를 오랜만에 만끽할 수 있다. 베테랑 밴드가 여전히 치열하게 도전하고 부딪히는 모습은 밴드 붐 시대의 신인들에게 귀감이 되는 묵직한 존재감을 과시한다.

6위. 에피 [E]

김도헌: 에피가 2000년대 과거 문화를 탐닉하며 만든, 전반기 앨범이자 제너레이트 2025년 최고의 노래 2위 '다운(down)'이 수록된 작품이다. 한국적인 정서와 서브컬처를 결합해 전 세계적인 유행을 선도하는 '뉴 힙(New Hip)'의 시발점이다.

장준환: 스크릴렉스와 2000년대 초반의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며, 에피와 마이 언니(My Unnies) 크루가 혈혈단신으로 구축한 서브컬처 씬의 저력을 보여준다. 해외 트렌드를 수입하는 것을 넘어, 본인들의 문화와 추억을 역수출하는 단계에 이른 기념비적인 앨범이다.

5위. 신인류 [빛나는 스트라이크]

장준환: 7년 만에 발매된 정규 1집으로, 근심 걱정 없이 편안하게 유영할 수 있는 대중적인 팝 록 앨범이다. 명확한 지향점과 세련된 연주가 어우러져 밴드 붐 시대에 좋은 앨범의 기준을 제시했다.

김도헌: 1990년대 웰메이드 가요의 향수가 느껴진다. 러브홀릭이나 일기예보를 연상시키는 고감도의 팝 음악을 세련된 연주로 풀어내며, 밴드 음악이 줄 수 있는 보편적인 감동을 선사한다.

4위. 반 [neumann]

김도헌: 미역수염 출신 반재현이 주축이 되어 만든, 스토너 록과 헤비니스의 정수를 보여주는 웰메이드 앨범이다. 동시대의 정서를 공유하면서도 압도적인 사운드 운용을 보여준다.

장준환: 현재 전 세계적으로 봐도 가장 잘 만든 헤비니스 앨범 중 하나로, 밀도 높은 사운드가 청자를 강타한다. 해외 평단인 레이트 유어 뮤직(RYM)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한국 헤비니스 음악의 건재함을 알리는 역작이다.

3위. 추다혜차지스 [소수민족]

김도헌: 충격적이었던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서]를 넘어, 5년 만에 더욱 완벽하게 가공되어 돌아온 걸작이다. 무가(巫歌)라는 한국적 요소를 덥, 레게, 소울 등 블랙 뮤직과 결합하여, 사회에서 소외된 '소수민족'들을 위한 연대와 해방의 춤판을 벌인다.

장준환: 1집이 감상의 영역이었다면 이번 앨범은 함께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확장성을 갖췄다. 이시문, 김다빈, 김재호의 탄탄한 연주 위에 얹어진 추다혜의 보컬은 앨범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며 100점짜리 완성도를 보여준다.

2위. 우희준 [심장의 펌핑은 고문질]

장준환: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 고민을 베이스 기타 하나로 거칠고 날것 그대로 풀어낸 문제작이다. 정형화된 인디 신에서 느끼기 힘들었던 순수한 창작의 열망과 독창적인 시도가 돋보이며, 러시아 문학을 읽는 듯한 깊이 있는 울림을 준다.

김도헌: '넓은 집'으로 대표되는 우희준의 생존 투쟁은 최근 인디 음악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진솔함의 결정체다. 난해한 듯하지만 오묘하게 설득력 있는 사운드와 메시지는 청자의 삶을 바라보는 시각을 뒤흔들 만큼 강력한 힘을 지녔다.

1위. 식케이 & 릴 모쉬핏 [K-FLIP+]

김도헌: 한국 힙합이 가요와 유리되어 있던 반목의 역사를 끊고, 샘플링을 통해 대중음악과의 화합을 이뤄낸 상징적인 앨범이다. 모든 트랙이 히트곡이라 할 만큼 강력한 뱅어들로 채워져 있으며, 2025년 한 해를 지배한 앨범으로서 손색이 없다.

장준환: 힙합이라는 장르에 가두기 아까운, 올해 최고의 에너지를 지닌 음반이다. '또다시 보여줘야 돼'라는 가사처럼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 낸 식케이와 릴 모쉬핏은 트렌드를 답습하는 것을 넘어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며 한국 힙합의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