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 [ARIRANG] (2026)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한국을 알린다.

방탄소년단(BTS) [ARIRANG] (2026)

[ARIRANG]을 듣기 전에 이미 [ARIRANG]에 지쳐 있었다. 앨범 발매 수개월 전부터 앨범의 경제 효과가 얼마인지, 한국 문화의 위상에 어떤 기여를 하는지, 광화문 공연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묻는 말이 쏟아졌다. 음악이 나오기도 전 어떤 음악일지를 예측하고, 어떤 요소가 반영될지를 예언하기를 강요받았다. 소리를 듣기 전에 의미부터 생산하라는 격이다.

광화문 공연을 둘러싸고 벌어진 소동은 나를 더욱 피로하게 만들었다. 음악이 나오기도 전에, 멤버들이 어떤 메시지를 던지기도 전에, BTS의 복귀는 순식간에 K-콘텐츠 수출의 역사적인 순간이자 한국 문화를 알리는 국가 행사로 거듭났다. 과도하다고밖에 볼 수 없는 통제와 행정부의 대중문화에 대한 몰이해는 모두를 더욱 괴롭게 만들었다. 아이러니하게도 [ARIRANG]의 14곡을 모두 끝마치고 나니, 가장 강하게 전달되는 감정이 바로 그 피로감이다.

[ARIRANG]은 BTS에게 기대하는 것, BTS를 기대하라고 말한 모든 것과 정확히 반대의 음악을 담고 있다.

모두가 BTS의 새 앨범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기대는 하나가 아니었다. ‘화양연화(花樣年華)’ 시리즈와 ‘WINGS’의 서사적 야심을 원한 팬들, ‘Dynamite’급 글로벌 히트를 원하는 음악 산업, 국위 선양의 아이콘을 원하는 국가의 이해관계가 모두 다르다. 멤버들이 솔로 활동을 통해 완벽하지 않더라도 본인이 지향하는 음악을 이미 선보인 상황인데도 말이다.

자신이 원하는 BTS의 표상을 정해놓고 거기에 BTS를 끼워 맞추고 있다는 해석이 정확하다. 심지어 하이브와 BTS 멤버들조차 애플 뮤직 코멘터리에서 '같이 뛰자', '하나가 되자'라는 메시지를 반복한다.

앨범은 다른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권태, 피로, 우울, 혼란, 고독이다. 앨범 전체가 묵직한 어둠 속에 잠겨 고난의 고개를 넘고 있다. 하이브는 광화문에서의 컴백 쇼에 대해 1865년 경복궁 중건 당시 각 지역의 아리랑이 모이며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아리랑의 가락이 만들어졌다는 근거를 댔다. 아마 그들은 재회와 화합의 아리랑이라는 거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경복궁 중건기의 아리랑은 ‘경복궁 타령’이다. 막대한 부역과 경제적 고통에 시달리며 왕조의 수도에 동원된 백성들의 한과 고통이 아리랑에 담겨 오늘날 대표적인 가락으로 완성되었다. [ARIRANG] 앨범이 들려주는 아리랑은 고통의 아리랑이다. BTS는 자신들의 컴백이 본인들도 제어할 수 없는 거대한 이벤트가 되어버린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지하철 무정차, 강제 연차, 경제 효과라는 숫자, 정치인들의 말말말. 본질은 없고 현상만 요란한 한국 사회에서 [ARIRANG]은 화려한 간판보다 일종의 구조 신호처럼 들린다.

타이틀곡 'SWIM'에서 BTS는 '이 끔찍한 세상에서 착한 아이처럼 보이려고 애쓰고 있다'라고 토로한다.

"이 지도에서 내가 숨 쉴 수 있는 곳이 어디 있겠어?"

20대의 BTS는 달렸다 ('Run'). 너를 사랑하는 것밖엔 못하기 때문에, 바보같다 욕을 먹어도 뛰었다. 30대의 BTS는 헤엄을 친다. 달리기는 방향이다. 헤엄은 리듬이다. 이 곡은 파도를 넘는 노래가 아니다. 물속에 잠기고 싶은 노래다.

BTS는 수면 위로 올라오라는 세상의 요구에 응하지 않고 깊이 가라앉기를 바란다. BTS의 타이틀곡 가운데 가장 선율이 덜 부각되는 이 노래는 모든 기대를 조용히 거부한다. 희망을 노래하라, 한국을 대표하라, K팝을 대표하는 영웅이 되라는 강요에 BTS는 대답한다. 팬들과 함께, 안전히 머무르고 싶다고 말이다.

전체 사운드도 타이틀에 부합한다. 선율의 힘이나 감격 대신 거칠고 꽉 찬 양감의 사운드가 앨범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팝의 히트 메이커들과 혁신적인 음악가들의 참여에 혹자는 'Dynamite'나 'Butter '같은 '스무스'한 팝을 기대했다. [ARIRANG]은 의도적으로 힘을 빼버린다. 파티와 축제를 지향하는 힙합 앤섬 'Body to Body'나 'Hooligan'에서 느껴지는 태도는 벅찬 감동의 귀환이 아니라 주어진 과업을 수행하는 의무감이다.

BTS와 빅히트 뮤직의 결과물은 명쾌한 해답을 내리기보다 혼란을 응시하는 쪽에 가깝다. 7명이 함께 LA에서 합숙하며 작업했다는 설명과 반대로 RM, 슈가, 제이홉의 지향이 강한 랩 앨범이다. RM의 [Indigo]와 [Right Place, Wrong Person], 슈가의 Agust D 3부작, 제이홉의 [Jack in the Box]의 데자뷰다. 뷔의 [Layover]적 실내악, 정국의 [Golden], 지민의 [MUSE] 같은 대중적 감성, 진의 [Echo]와 같은 팝 음악이 그룹 사운드에 충분히 녹아들지 않았다. ‘SWIM’이나 ‘Please’, ‘Merry Go Round’처럼 보컬 라인의 섬세한 순간들이 빛나는 경우도 분명 있으나, 앨범의 전체적 무게추는 랩 라인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ARIRANG]은 매우 혼란스럽다. 앨범을 관통하는 서사는 없다. ‘화양연화 시리즈’의 청춘 3부작, [WINGS]의 데미안, [MAP OF THE SOUL: PERSONA]의 융 심리학 같은, 앨범 전체를 하나로 묶는 이야기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개념이 아리랑, 그리고 한국의 정체성이다. 그런데 그 밀도가 치밀하지 않다.

이 앨범의 한국적 정체성은 두 방향으로 시도되나 어느 쪽으로도 깊이 도달하지 못한다. ‘Body to Body’의 아리랑 선율 샘플링은 ‘겨레의 마음’이라는 노래와 함께 모두의 합창을 유도하는, BTS 컴백 쇼의 첫 곡을 장식할 곡으로의 기능이 강조된다. ‘Aliens’는 보다 노골적이다. "박수쳐 흔들어 중모리", "From the 가나 to the 하", "예의를 차려", "뭐든 더 빠르게", "김구 선생님 how you feel." 같은 ‘한국적인’ 가사가 쏟아진다.

그러나 이것은 한국적인 것에 대한 관찰이 아니라 나열이다. 한국인의 생활 습관에 대한 고찰이나 해외에서의 문화적 마찰에 대한 고민은 얕고, 한국적 기표를 읊는 것에 머무른다. 결정적으로 ‘Aliens’의 메시지와 마이크 윌 메이드 잇이 808 베이스로 만든 묵직한 소리가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 ‘엉뜨’같은 표현을 쓴다고 한국적인 음악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 그룹이 한국의 표현을 써주기를 바라는 음악에 대한 주문과 무언의 강요가 BTS의 주체적인 언어로 표현되지 못할 때, 신경질적으로 칼을 부딪치는 ‘Hooligan’과는 정반대로 [ARIRANG]의 촉과 날이 무뎌진다. 특히 랩에 초점을 둔 작품으로써 메시지가 날카롭지 못하다는 것은 치명적인 약점이다.

대신 [ARIRANG]은 사운드 프로덕션의 밀도로 이러한 공백을 채우고 있다. 플룸(Flume)과 제이펙마피아(JPEGMAFIA)의 공격적인 터치가 선명한 ‘FYA’, 테임 임팔라(Tame Impala)의 케빈 파커(Kevin Parker)의 손에서 탄생한 사이키델릭 얼터너티브 ‘Merry Go Round’, 디플로(Diplo)와 아르테마스(Artemas)의 다크웨이브 트립합 ‘Like Animals’, 라이언 테더가 주조한 얼터너티브 팝 ‘NORMAL’이 기대 이상으로 창작가들의 전권을 보장하고 있다. 무엇을 말할지 정리되지 않았으니 일단 좋은 소리를 내자는 목적에는 충분히 부합하는 작품이다. 그 과정에서 프로듀서의 색이 BTS보다 진해지는 ‘FYA’같은 곡이 그룹의 것으로 충분히 체화되지 못하는 단점은, 부유하는 앨범 정신의 탓으로 감당해야 할 몫이다.

[ARIRANG]의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이와 같은 불협이다. 완성도 높은 사운드와 반대로 부재한 서사, 화려한 귀환 아래 켜켜이 쌓인 피로감, 한국적 상징의 나열과 실제로 배어나는 한국 사회에서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의 고통이 앨범의 역설적인 주제 의식이다.

성덕대왕신종 타종을 통해 긴 맥놀이 현상과 1분 38초의 여음만으로 구성한 인터루드 ‘No. 29’가 앨범에서 가장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성덕대왕신종의 더 친밀한 이름은 에밀레종이다. 아무리 종을 만들어도 소리가 나지 않아, 어린아이를 쇳물에 넣어 비로소 맑은소리를 만들 수 있었다는 전설을 모두가 알고 있다. 종을 칠 때마다 아이가 어머니를 부르는 애달픈 울음이 들린다는 이야기다. 아름다운 소리를 위해 누군가는 희생해야 한다. BTS가 그런 역할을 오래도록 수행해 왔다.

미국에서의 거대한 성공 이후 팬데믹과 함께 BTS는 오래도록 전 세계를 기쁘게 하는, 희망과 자기애를 노래하는 국가적 위인으로의 짐을 짊어졌다. 3년 9개월 만의 복귀라고는 하나 이는 앤솔로지 앨범 [Proof]를 기준으로 한 것으로, 이벤트성 싱글 ‘Dynamite’나 ‘Butter’, ‘Permission to Dance’와 [Be]를 건너뛴다면 실제로 BTS가 앨범을 통해 메시지를 전한 작품은 2020년의 [MAP OF THE SOUL : 7]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국보 제29호로 관리되는 성덕대왕신종처럼, BTS도 국위 선양의 프레임 안에서 국가 자산처럼 관리된다. 그리고 이는 광화문에서의 공연과 이를 바라보는 이들의 촌극이 곁들여지며 한 편의 블랙 코미디처럼 기능한다.

선덕대왕신종의 잔향 속에서 전개되는 앨범의 후반부가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BTS의 타이틀 중 가장 어두운 곡인 ‘SWIM’ 다음에는 애달픈 사이키델리아 ‘Merry Go Round’와 자신들의 현재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Normal’이 있다. 특히 ‘Normal’은 [ARIRANG]의 가장 큰 단점인 메시지마저 신경질적인 표현으로 전환하며 BTS에게 잃어버린 생기를 다시 부여하고 있는, 앨범 최고의 곡 중 하나다.

“예전엔 내 심장이 강철로 만들어진 줄 알았는데, 이제야 진실을 알았어. 어떤 고통은 치유되지 않아.”. “대체 나에게 뭘 원하는 거야?”. “증오를 보여줘, 사랑을 보여줘, 날 ‘방탄’으로 만들어줘. 그래, 이게 정상(Normal)이야.”

‘Normal’은 이 앨범 전체가 지향해야 했을 방향의 그림자다. 보컬의 힘이 드러나고, 메시지가 지금의 BTS에 밀착하며, 절규가 서사적 기능을 한다. 앨범 전반에서 흩어졌던 프로덕션의 우수성과 정서적 진정성이 이 노래에서만큼은 하나로 수렴한다. ‘they don't know 'bout us’에서도 BTS는 자신들을 영웅으로 호명하는 시선에 지친 내색을 한다.

"걔넨 특별해 Asian 중에, 영웅스러운 존재, too hard to break. We can't relate. 그냥 사람 일곱인데." 

이 정서가 BTS에게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IDOL’은 "손가락질해 / 나는 전혀 신경 쓰지 않네 / 나를 욕하는 너의 그 이유가 뭐든 간에”라며 외부의 시선을 의식했고, 세계 시장으로 뛰어들던 ‘ON’에서는 고통을 수용하되 그것을 넘어서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선보였다. [ARIRANG]에는 그런 극복의 선언이 없다. “대체 뭐가 달랐냐고 자꾸 물어 / 나는 대답해, 나도 몰라.".

[ARIRANG]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한국을 알린다. 그 한국은 문화적 저력을 갖춘 전시용 한국이 아니다. 거대한 성과를 위해 자발적으로 자기를 소진하는 피로 사회로서 소멸을 재촉하고 있는 한국이다.

‘밤새 일했지 Everyday (‘쩔어’)’를 기특한 청년으로 떠받들었던 사회, 소리를 듣기도 전에 의미를 생산해야 하고, 음악 자체보다 음악이 만들어내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더 많이 논의되는 기이한 비평의 시대에서 모두가 목적 없이 그저 일을 하는 나라가 BTS의 앨범에 색다른 방향으로 담겨 있다.

수많은 주제와 각 산업군의 고충을 담고 있었던 지역의 아리랑이 영화 ‘아리랑’의 사운드트랙으로 통합되어 민요가 아닌 민요로서 기능하는 것처럼, BTS를 둘러싼 담론은 결국 7명 청년의 진솔한 이야기나 산업의 미래보다는 각자의 권력욕을 투사하는 탈락과 제거의 과정으로 귀결된다. 영웅이라는 역할을 부여받은 그룹이 "도대체 나한테 뭘 원하는 거야?"라고 절규하는 노래가 BTS의 아리랑이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ARIRANG]은 색다른 진실에 도달한다. 그것은 한국이 초고속 경제 성장과 획일화된 경쟁 논리의 현대사로 만들어진 지독한 성과 집착의 사회이며, 그 가운데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모두가 불행해지는 나라라는 사실이다.

요란한 글로벌 이벤트의 한가운데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무시되고, 심지어 그 무대의 주인공마저 표백된 아이돌로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는 국가, 수도 한복판에 펼쳐진 광장이 권력의 취사선택에 따라 조절되고 민심을 입맛대로 이용하는 나라가 [ARIRANG]이라는 앨범에 집약되어 있다.

그리고 [ARIRANG]은 이와 같은 고통에도 시스템에 저항하기보다 주어진 고통을 묵묵히 견디며 고개를 넘어가는 한국인의 노래이기도 하다. 숱한 피로와 논란, 높은 기대에도 BTS는 14곡으로 채운 앨범을 만들고 누군가의 기획인지 아직도 명확하지 않은 광화문 무대에서 아이돌로의 역할을 수행한다. 언젠가 떠오를 태양을 향해 묵묵히 걸어가는 마지막 곡 ‘Into the Sun’에서 BTS의 방황이 희망으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어렴풋한 희망을 품게 된다.

[ARIRANG]이 왜 한국인의 정서를 담은 작품이냐고 묻는다면, 거대한 종을 만들기 위해 쇳물에 뛰어드는 BTS와 이를 바라보는 모든 사람이 본질이 아니라 현상에 봉사하고 있는 슬픈 초상이라고 대답하겠다. 고개를 넘으라는 거대한 명령 앞에서 매정하게 사랑하는 이를 버리고 떠난 이조차 십 리도 못 가고 발병 나는 대한민국의 초상이다. 아리랑은 원래 그런 노래였다.

6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