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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Power Station : Review, Column, Interview, etc

앨범 리뷰가 필요한가? ①

"개별 음반을 평가하는 데 시간을 할애할 필요는 없다."

김도헌
김도헌
- 19분 걸림

음악 매체에서 경력을 쌓고 음악에 대한 글을 쓰면서 나의 관심은 내가 이 음악을 어떻게 소비할지에서 사람들이 이 음악을 듣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로 옮겨왔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할 필요가 있었다. 음반 리뷰, 인터뷰, 현장 취재, 특집 기사, 정보 전달 및 추천 등 다양한 형태로 일을 하고 있다.

그 중 가장 딜레마로 다가온 형식이 리뷰다. 리뷰는 여전히 음악 매체의 주력 콘텐츠다. 피치포크, 가디언, 롤링 스톤, 뉴욕 타임스 등 유력 매체들은 주목할 작품의 리뷰를 기고한다. 과거에는 음반 리뷰가 상당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었고, 결정적인 글은 상업적 성과와 무관한 독자적 흐름을 만들어 역사 속 기록을 새겼다.

그러나 최근 리뷰의 힘은 예전같지 않다. 매체들은 리뷰에서 별점 평가를 제거하거나 리뷰 대신 다른 형태의 아티클에 힘을 쏟는다. 팝스타 혹은 팬덤을 보유한 가수가 아닌 이상 호평과 혹평이 아닌 글은 대중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이것이 단순히 매체의 문제일까? 우리가 음악을 이해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은 아닐까? 음악가 겸 에디터 제이미 브룩스(Jamie Brooks)는 지난주 X (구 트위터)에서 펼친 주장으로 음악 팬들 사이 논쟁을 불렀다.

“음반을 전혀 검토하지 않고 음악에서 일어나는 일을 진지하게 다루려고 노력하는 음악 출판물이 있어야 한다. 음악 신 보고 및 실시간 리뷰, 과거 심층 분석 및 업계 분석은 필요하다. 개별 음반을 평가하는 데 시간을 할애할 필요는 없다.”

뉴욕타임스의 기자 존 카라마니카(John Caramanica)는 U2의 역사적인 스피어 공연을 취재하다 이 트윗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진행하는 음악 팟캐스트 ‘팝캐스트(Popcast)’에서 제이미 브룩스를 초청해 ‘이제 앨범 리뷰가 필요할까요? (Do We Need Album Reviews Anymore?)’ 에피소드를 녹음했다.

이번 에피소드는 앨범 리뷰에 대한 논의를 넘어 시장의 변화, 음악을 바라보는 달라진 시선, 새로운 콘텐츠의 필요성을 전반적으로 아우른다. 음악 평론가 및 음악을 글로 쓰는 모든 이들, 산업 관계자, 음악가, 음악 관련 콘텐츠를 소비하는 많은 이들에게 여러 생각할 거리를 전달한다. 1편과 2편으로 번역하여 소개한다.

존 카라마니카 (이하 C)

10일 전쯤, 저는 라스베이거스에 새로 문을 연 몰입형 공연장 스피어(Sphere) U2 콘서트를 취재하고 있었습니다. 트위터에서는 음악 비평과 음반 리뷰의 유용성, 그리고 음악 저널리즘 및 음악 비평의 심각한 경제 환경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했어요. 웹사이트, 팟캐스트 회사, 오디오 회사가 지출을 줄이며 상황은 더욱 악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비평가들이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아티스트에게 얼마나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시간과 자원이 한정되어 있다면 U2 같은 거대한 아티스트를 다뤄야 할까요, 아니면 오프닝에서 들었던 한 장르를 혁신하고 있는 바이런 메시아(Byron Messia)의 ‘Mad Dawgs’ 같은 노래를 다뤄야 할까요? 저는 공연을 취재하며 바이런 메시아의 노래를 100단어, 200단어 리뷰로 작성했습니다. 저의 시간, 한정된 자원, 제가 가진 지식과 플랫폼을 최적으로 활용하고 싶은 방식에 대해 생각하게 된 사건이었습니다.

제이미 브룩스 (이하 J)

제가 음악 산업과 관련하여 생각하고 싶은 주제는 상황의 변화입니다. 스트리밍이 지배적인 소비 방식으로 자리 잡은 이후 말입니다. 음악은 소비자에게 직접 음악을 판매하는 환경에서 소비자에게 음악에 대한 접근 권한을 판매하는 산업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런 음악 비즈니스의 근본 경제 상황이 상부 구조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칩니다. 과거 벨소리 판매가 활발했을 때 영향력처럼 말이죠. 그래서 저는 현재 음악 소비 형태가 실제 음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말해보고자 합니다.

스트리밍 이후 가장 큰 변화는 사람들이 음악에 대한 비용을 적게 지불한다는 사실입니다. 이제 음반 단위 결과물은 평가절하되고 있습니다. 일반 스트리밍 구독자는 앨범과 노래가 더 이상 10달러, 1달러의 가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보다 더 적은 금액을 지불하는 데 익숙하며, 예전만큼의 가치가 없다는 생각이 만연합니다.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모든 음악을 대여해 들을 수 있는 이용료로는 10장 앨범만 살 수 있을 뿐입니다.

출처 : Spotify

음반의 가치가 낮아지는 상황에서 최근 음악을 다루는 유료 기사가 음반 평가에 집착하는 모습을 바라보게 됩니다. 물론 저는 밴드캠프에서 곡을 발매하는 음악가의 입장으로, 판매량은 많지 않다고 해도 제 음악에 대한 사려 깊은 논의가 있어 감사한 마음이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와는 상황이 다릅니다. 예전에는 음반 리뷰가 라디오와 주간지 등 지난 20년간의 미디어 통합과 기술 발전 과정에서 지워진 모든 인프라를 포함하는 산업 전체의 최상층에 위치했던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음악의 근본적인 요소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리고 저는 음반이 정말 현재 글을 쓰는 이들이 음반에 갖는 관심을 받을 가치가 있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요즘 음악에 대해 글을 쓰는 모든 사람의 재능을 자원으로 상상해 보았는데요, 그 자원이 다른 유형의 글쓰기에도 적용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많은 작가가 앨범의 중요성을 전제하지 않으면, 리뷰 작성은 갈수록 어려워질 것입니다.

음악 글 쓰는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피치포크도 잘 읽어요. 롤링 스톤과 스핀을 언급하셨는데요, 우리가 살았던 ‘앨범의 제국' 시대의 매체는 일정한 형식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비평가와 뮤지션은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그 시기 등장한 수많은 인디 레이블에 에너지를 공급했습니다. 특히 인디 레이블에서 앨범 리뷰를 쓰는 이들이 강렬한 응원을 보냈고, 그것은 인지도가 부족한 아티스트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리뷰가 새로운 음악, 특히 인지도 부족한 가수의 음악을 사람들에게 노출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출처 : Epic Games

C

과거에는 인디 레이블이 만들어 내는 앨범이나 여러 홍보 출판물이 앨범 리뷰와 유사한 역할을 맡았습니다. 비평에 대한 열정이 음악에 변화를 불러왔고, 실제 판매량이 적은 음반임에도 지금까지 모두가 기억하는 작품이 되는데 기여했죠. 음반 발매 시기마다 리뷰가 없으면 그 최소한의 홍보와 노출도 없지 않겠습니까?

J

2013년 밴드캠프를 통해 독점 EP를 발매했을 때가 생각나네요. 레이블도, 매니저도, 홍보 담당자도 없었거든요. 하지만 당시 그때는 디지털 다운로드 판매량이 최고조에 달한 해였습니다. 밴드캠프 독점 출시가 음악가들에게도,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도 굉장히 중요하게 여겨지던 순간이었죠. 그래서 수익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스트리밍 기준으로 음악이 전환되며 시장이 급격하게 변했습니다. 저는 앨범을 좋아했지만, 앨범을 만드는 것과 동시에 수익을 위해 앨범을 홍보하는 글을 쓰려고 하는 자아가 충돌하며 힘든 시기를 보냈습니다.

(2008년 캘리포니아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밴드캠프는 인디 음악가들이 자신의 음악을 쉽게 판매할 수 있도록 설계된 플랫폼이다. 수많은 인디 아티스트들이 밴드캠프를 통해 경력을 쌓고 대중 앞에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 2022년 포트나이트의 에픽 게임즈가 밴드캠프를 공식 인수하였는데, 10월 17일 에픽 게임즈가 밴드캠프 직원의 절반을 해고했다는 소식에 논란이 되고 있다. - 역자 주 -)

앨범과 앨범에 대해 논의하는 문화가 계속 존재하는 이유는 제가 아는 다양한 장르와 각계각층 아티스트들처럼 아티스트들이 앨범을 정말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많은 예술가가 작품이 논의되는 과정, 사람들이 작품에 갖는 관심, 그로부터 의미를 찾아내어 자기 삶에 적용하려고 노력하는 생각과 과정을 정말 좋아합니다. 그것이 예술가들이 예술을 하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앨범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으며, 앨범이 포화 상태에 도달했음을 인정하고 나서 저와 음악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앨범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만들어야 하는 이 산업의 작동 기제에 큰 문제가 생겨서 변화가 불어닥친다면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적응해야 할까요? 음악 작업만 할 때는 이런 질문에 답하기가 정말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글을 쓰고 나니 음악이 사람들에게, 청취자들에게 평가되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는 걸 금방 깨달았어요. 오늘날 청취자들이 음악과 맺는 관계는 제가 어렸을 때처럼 음반을 사서 들었던 것과는 다릅니다.

1979년 필립스와 소니가 공동개발한 저장매체 CD는 1982년 빌리 조엘의 '52nd Street'을 시작으로 최초 발매되며 음반 시장의 중흥기를 이끈다. 출처 : CNET

C

그렇다면 앨범과 반대되는 싱글, 단일 곡에 대한 생각은 어떻습니까.

J

1960년대 후반과 1970년대 싱글 중심 산업이 앨범으로 전환되었을 때는 앨범 판매 경제성이 레이블에 더 적합했습니다. 마진이 높았던 거죠. 판 크기가 달랐던 LP 시대에서 CD로 넘어가며 흐름은 더욱 가속화되었습니다. 똑같은 디스크가 하나의 노래가 담긴 싱글, 그리고 권위 있는 중요한 물건으로 인식되어 한 장에 20 달러 값을 매길 수 있는 앨범으로 나뉘었습니다. 애초에 앨범 전환이 경제적으로 설계된 거였죠. 그래서 NPR 코어(NPR Core)라고 불리는 실험적인 인디 음악가들에게는 싱글이 더 나은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독립 레이블처럼 자원이 적은 소규모 밴드는 모든 음반 시장에서 강력한 아티스트와 비교되고 등급을 매기는 앨범보다 모든 사람의 관심을 끌 수 있는, 훌륭한 노래를 만드는 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C

2023년의 맥락에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건가요, 아니면 2000년대에도 그래야 했다는 건가요?

J

2010년대 후반 디지털 다운로드 시장이 스트리밍 경제로 대체되면서부터 인디 밴드와 음악가들의 싱글에 대중이 집중하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스포티파이는 수익 배분을 비례 배분제로 도입했습니다. 이 팟캐스트를 듣는 여러분이 스포티파이에 접속해서 하루 종일 인디 가수의 어떤 노래를 듣는다 해도 그 수익이 가수에게 온전히 돌아간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대부분 수익은 플랫폼에서 가장 많이 돈을 버는 아티스트에게 돌아가기 때문이죠.

그래서인지 비슷비슷한 노래가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1970년대 라디오에서 록 음악이 자유로운 형식에서 AOR로 통일된 것처럼 말이죠. 음반사들은 음반을 많이 팔 수 있어서 좋아했죠. 하지만 그때 팔린 앨범 중 명작이 많지 않아 우리는 대다수를 기억하지 못합니다. 1979년 음반 시장이 크게 무너진 이유도 양산형 저품질 음악에 대중이 실망해서였죠. 이 때 CD라는 신기술이 나타나 음반 산업을 구제했습니다. 사람들은 바이닐로 가지고 있던 오래된 레코드를 다시 CD로 구입했습니다.

스트리밍 시대의 앨범도 그런 비슷한 노래를 많이 모아서 내놓습니다. 그래서 슈퍼스타의 시대가 열렸죠. 모든 음악이 차트 상위권에 위치한 노래와 비슷한 결과를 내놓는 모습이 자주 보입니다. 인디 음악가들에게 싱글이 더 효과적일 수 있는 이유입니다.

C

15년 전 글쓰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보다 앨범 단위 리뷰가 많이 줄어들긴 했습니다. 저도 글을 쓰는 과정에서 앨범을 예술적 의도의 표현으로 보는 경향이 점점 줄어들고 때로는 사업적 필요성으로 보기 시작한 것 같아요.

출처 : Universal Music

J

스타들은 대부분 사람이 전체 앨범을 다 듣지 않을 것이라 전제하고 앨범을 냅니다. 계속해서 앨범을 반복 재생하여 들을 수 있는 요즘엔 싱글 외 앨범의 다른 곡들은 관심을 환기하기 위한 장황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창의적으로 응집력을 극대화하는 형태의 앨범을 찾아보기 어려워진 거죠.

힙합 앨범은 그래서 이 시대적 요구에 부응했습니다. 사람들이 앨범 전체를 재생하도록 매우 짧은 곡 길이를 가져가며 횟수를 늘렸죠. 반대로 포스트 말론의 ‘Post’ 앨범과 래 스레머드의 ‘Rae Sremmurd’를 들었을 때 제 생각은 ‘60분짜리 하나의 긴 노래'처럼 느껴진다는 거였습니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일시정지' 버튼을 누르지 않도록 하기 위한 아이디어 같았어요. 어떻게 하면 계속 음반을 듣게 할까에 대한 고민이 가득했는데, 비록 순수한 예술적 제스처가 아니라 해도 스트리밍 시장의 특성에 비춰 보면 납득이 갔습니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알고리즘은 잘 알려지지 않은 음악을 들으면 더 유명한 곡을 추천하고, 유명한 곡을 들으면 그 방향으로 필터링하거든요. 힙합 앨범은 트래픽을 포착하여 60분, 70분, 80분을 고정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드레이크는 그 점을 일찍 알아차렸죠. 포스트 말론의 성공은 2010년대 중후반 스트리밍 음악 시장의 변화를 보여줍니다. 많은 가수들이 포스트 말론처럼 앨범을 만들고 있는데요. 라디오에서 듣는 팝 음악은 조각난 채로 자주 전환되며 성가신 형태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팝송의 많은 부분이 당장 시선을 끌기 위한 형태로 제작되었죠. 하지만 스트리밍 시대의 음악을 들어보면 좀 더 느긋하고, 감정적으로 모호한 형태의 노래가 자주 등장하는 모습입니다. 다양한 상황에 틀 수 있는 음악인 거죠. 반복 청취를 위해서 서정적인 이스터에그를 대거 추가하기도 하죠. 테일러 스위프트가 ‘folklore’로 대표되는 잔잔한 포크 앨범과 함께 세계를 지배하게 된 배경이기도 합니다. 밀도 있고, 덜 귀찮은 음악을 썼기 때문에 완벽해질 수 있었습니다.

팝 음악에서 또 주목할 이는 아리아나 그란데입니다. 맥스 마틴의 노래가 대거 수록된 ‘Sweetner’는 아마도 7~8년 동안 최고의 팝 앨범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앨범이 그의 대중문화계 위상을 끌어올린 작품은 아니죠. 더욱 서정적인 형태로 집중된 ‘‘Thank U, Next’가 결정적인 앨범인데, 이 앨범과 동명의 히트 싱글의 핵심은 아리아나 그란데가 언급하고 있는 전 남자친구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는 호기심에 있습니다. 스트리밍이 대중음악의 사운드 방식에 미친 영향과 아티스트들이 플랫폼의 스위트 스폿에 머물기 위해 시도하는 창의적 선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앨범 리뷰가 필요한가? ②
‘시민 저널리즘(Non-Stand Journalism) 최후의 보루’라는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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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 김도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