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의 이름으로 설계한 검열

언어로, 교육으로, 음악으로 싸우자.

비평의 이름으로 설계한 검열

7월 6일 더불어민주당 김현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음악산업진흥법 개정안과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철회를 요구한다. 

10개 문화예술 단체가 모인 문화예술노동연대는 이 법안을 ‘사실상 사전검열’로 규정하고 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성명에 동의한다. 온음의 MANIL 10001의 문제 제기 칼럼의 논지에도 동의한다. 법안의 기획에 참여했다고 스스로 밝히고, 그 취지를 옹호한 음악 평론가들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청소년 제작 ‘19금 음원’ 유통사가 유해성 검사 의무화 추진
욕설과 혐오 표현, 범죄 등의 가사를 담은 음원이 아무런 제재 없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나 음원 사이트에 유통되고, 청소년들이 이러한 19금 음원을 발매해도 규제할 수 없는 실태(2025년 2월5·6일자 1·3면 보도)를 개선하기 위한 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국회

음악산업진흥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가. 음반등유통업자로 하여금 음반등을 유통하기 전에 청소년에게 유해한지 여부를 자체적으로 검사하도록 하고, 유해하다고 판단한 경우에는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될 수 있다는 것을 제작자에게 알려주도록 함(안 제26조의2제1항 및 제2항 신설 등).

나. 음반등유통업자의 검사 결과 청소년에게 유해하다고 판단하는 음반등의 유통 시 그 제작자가 청소년인 경우에는 해당 음반등의 유통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음반등유통업자에게 시정 또는 경고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함(안 제26조의2제3항 및 제27조제2항 신설 등).

유통업자가 어떻게 유해성을 검사하는가. 음원 유통 실무자는 미학적 판단의 주체가 될 수 없다. 리스크를 관리하는 주체의 태도는 법의 요구보다 넓게 작동한다. 혐오를 거른다는 명목하에 논쟁적인 것, 불편한 것, 낯선 것이 사라질 우려가 분명하다. 행정부가 금지곡 목록을 직접 작성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민간에 사전 판단과 행정 책임을 부과해 과잉 차단을 유도하는 구조다.

해당 개정안에 참여한 아이돌로지 조은재 평론가는 “사전심의제를 부활시키지 않으면서 보호 울타리를 만들겠다”라는 취지를 밝혔다. 사전심의제의 민영화로 검열을 되살린 꼴이다.

판단의 기준은 누가 세울 것인가. 노래 속 화자와 창작자를 동일시하는 안이한 태도가 여실히 드러난다. 작품이 혐오를 묘사하는지, 풍자하는지, 인용하는지, 선동하는지, 혹은 현실을 진단하거나 아무런 가치 판단 없이 적나라하게 드러내는지를 가사 중 몇 개 단어나 문장으로 판별할 셈인가.

비평가들조차 논쟁을 거듭하는 이 판단을 청소년보호법의 광범위한 기준과 유통사 실무자에게 유보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검사의 방법과 절차는 위임해 두고 법률은 공포 즉시 시행한다. 무엇을 검사해야 하는지도 불분명한 채 의무만 지우겠다는 의도가 선명하다. 

어른의 혐오는 괜찮고 청소년의 혐오는 격리되어야 하는가. 동일한 유해 판정을 받아도 성인이 만든 음원은 곧장 유통이 금지되지 않는다. 나이가 작품의 존재 자격을 결정한다. 자신을 규제하는 법의 결정 과정에 가장 적게 참여하는 집단에 가장 강한 제약의 굴레를 씌우겠다고 한다. 

SM 더 발라드 ‘내일은’, 청소년 유해매체물 결정 취소
여성가족부가 ‘SM 더 발라드‘의 노래 ‘내일은…’에 대해 청소년 유해매체물 결정을 취소했습니다. 여성가족부는 이번 취소 결정이 ‘SM 더 발라드’의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 측이…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현재 「청소년 보호법」에 따라 성평등가족부(청소년보호위원회)는 청소년에게 유해한 가사나 내용을 담은 음원에 대해 사후 심의를 진행하고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ㆍ결정하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음. 현행 체계에서는 성평등가족부가 문제의 음원을 모니터링하여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공식 결정ㆍ고시하기까지 최소 수 주에서 수개월의 상당한 시간이 소요됨. 이로 인해 심의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유해 음원이 아무런 제재 없이 정보통신망에 유통ㆍ확산되는 것을 방지할 수 없어, 청소년 보호의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됨.

최근 소형 음원 유통사를 통한 자율 발매 방식이 보편화되면서, 미성년자가 직접 타인에 대한 모욕, 비방 및 혐오 표현이나 소아성애, 살인 등 강력범죄를 조장하는 가사의 음원을 발매하고 수익을 올리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음. 특히 또래 청소년이나 청소년과 가까이 생활하는 가족, 교사 등이 모욕과 혐오 표현 등 언어폭력에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음. 이러한 유해 음원들은 해외 기반의 정보통신망과 숏폼 플랫폼을 통해 급속도로 확산되며 청소년에게 심각한 정서적ㆍ도덕적 위해를 가하고 있음.

이에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청소년유해매체물 심의ㆍ결정 기관의 장 포함)이 청소년에게 명백하고 중대한 피해를 줄 우려가 있는 유해 음원의 확산을 인지했을 때,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에 긴급히 유통 정지 및 제한을 요청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자 함. 아울러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심의위원회의 정식 심의 전이라도 플랫폼 등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해당 유해 음원의 처리를 거부ㆍ정지 또는 제한하도록 요청할 수 있게 함으로써, 심의 지연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청소년을 유해 정보로부터 신속하고 실효성 있게 보호하려는 것임(안 제44조의7제7항 및 제8항 신설).

청소년에게 명백하고 중대한 피해를 줄 우려라는 요건에 세부 판단 기준이 없다. 현행 사후 심의 체계조차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안이한 개정안이다. 

2011년 여성가족부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술, 담배가 가사에 들어간 대중가요를 일괄 19금 처리하여 논란을 부른 사례를 기억한다. 해당 사건으로 인해 비스트의 ‘비가 오는 날엔’과 10CM의 ‘아메리카노’, 2PM의 ‘Hands Up’이 유해매체물 판정을 받았다. SM엔터테인먼트가 프로젝트 그룹 SM 더 발라드의 ‘내일은…’의 유해매체 판정에 반발하여 취소 소송을 제기하고, 여기서 원고가 승소하여 줄소송 움직임을 통해 간신히 멍에를 벗을 수 있었다.

이처럼 사후 심의 체계에서 국가의 유해성 판단이 법원에서 위법으로 뒤집힌 전례가 존재한다. 유해성이라는 잣대의 자의성이라는 문제만으로도 심사숙고해야 할진대 행정기관의 판단만으로 작품을 시장에서 배제하겠다는 발상이 놀랍다. 

정식 심의 전 유해 음원 처리를 막을 수 있게 요청한다는 내용은 판결 전에 형부터 집행하겠다는 뜻이다. 백번 양보해서 해당 음원이 유해하다는 사회적 합의에 다다른다고 해서 유통 방지만으로 이 작품이 사회로부터 격리되는 것은 아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사운드클라우드와 해외 소셜 미디어를 통해 퍼질 공간은 많다. 차단되었다는 사실은 최고의 홍보 수단이 된다. 이 지점에서 마노 평론가가 조은재 평론가를 옹호하며 제시한 리치 이기의 사례를 제시할 수 있다. 인터넷 게토에서의 더 많은 관심을 원하며 관성화된 혐오를 내뱉던 리치 이기는 아이러니하게도 그를 둘러싼 규제 논의 때문에 스타가 되었다. 검열이 검열 대상의 상품 가치를 높이고 혐오를 정당화한다는 사실을 모른다. 

인터넷 게토의 힙합 좀비들이 현실을 침공하고 있다
엄마가 준 용돈으로 학원다니면서 만든 게토 힙합은 어떻게 발전하였는가.

징후로서의 독해, 비평의 책임.

지난해 극단적인 노랫말로 쾌락의 전도사를 자처한 EK의 ‘야호(YAHO)’ 앨범에 대해 나는 에스콰이어 2026년 7월호 칼럼 ‘인터넷 게토의 힙합 좀비들이 현실을 침공하고 있다’에서 다음과 같은 평가를 내렸다. 

"어차피 '힙합은 안 멋져'라 조롱받는 세상에서 거리낌없이 행동하고 거칠게 선동하는 게 성공의 지름길처럼 여겨졌다. 가장 시끄러운 목소리가 먼저 들리는 법이다. 디지털 부대는 그렇게 조직됐다.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을 쥐고 인터넷에서 자라난 세대가 게토의 농담을 모어처럼 사용하는 세대다. EK의 문제작 '야호(YAHO)'는 그 현상을 재빠르게 포착한 징후적 작품이었다."

비평은 징후를 포착하는 일이다. 음악가의 작품에 대해 고찰하는 과정이 ‘데이터 낭비이자 쓰레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이 앨범을 한국 힙합이라는 장르가 태생부터 한 몸처럼 떼어낼 수 없는 인터넷과 커뮤니티의 속성, 21세기 청년 문화로 출발해 급작스럽게 쏟아진 미디어의 수혜, 그리고 끝내 좌절하며 모두가 가상의 게토에서 허우적대는 한 세대의 정서적 균열로 보았다.

징후를 법으로 지우면 병리는 음지에서 더욱 세력을 키운다. 더욱 암암리에 그들만의 코드를 심고, 사회로부터 억압받는다는 거짓 서사를 믿으며 표현의 자유를 오용한다. 혐오의 힘을 앗아가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철저히 무시하거나, 냉정하게 해독하는 것이다. 무해한 극단주의와 조회수를 위한 도발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

검열 시도의 반복은 어떤 상황도 해결하지 못한다. 규제 입법은 빠르고 가시적인 해법이 아니다. 무언가 해야 한다는 압력에 발을 맞추는 가운데 창작의 위축이라는 비용은 애써 무시한다. 아무런 사회적 합의 없이 과잉 규제의 명분으로 혐오라는 만능 프레임을 활용하는 건 옳지 않다.

창작자가 직접 규제하는 양심을 무시한 채 중간 유통자에 의무를 지우는 편의주의는 과연 충분한 검토를 통해 확립된 결론인가. 혹 그 모든 바닥에 모름지기 대중음악이란 예쁘고 무해해야 한다는 환상이 깔린 건 아닌가. 풍기 문란과 불온이라는 핑계로 당대의 심의자들이 휘둘렀던 억압의 칼날을 다시 휘두를 셈인가. 

검열의 역사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1933년 조선총독부의 축음기레코드취체규칙으로부터 시작된 이 땅의 음반 검열은 공연윤리위원회로 제도화됐다. 1975년 신중현의 ‘미인’, 송창식의 ‘왜 불러’, 김민기의 ‘아침이슬’ 등 200곡이 넘는 노래를 하루아침에 금지곡으로 지정한 긴급조치는 한국 대중음악에 내리는 사망 선고였다.

6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음악을 옥죄었던 사전 심의 제도는 국가의 반성이나 문화에 대한 이해로부터 무너지지 않았다. 심의를 거부하고 비합법 음반을 스스로 만들어 배포하며 법정에서 투쟁한 정태춘과 박은옥, 가사를 수정하라는 요구에 보컬을 통째로 들어낸 연주곡으로 응수한 인기 최정상의 서태지와 아이들 ‘시대유감’이 공고한 벽을 때려 부쉈다. 들불 같은 항의와 자유로운 문화 예술 표현에 대한 열망이 1996년 사전 심의 폐지와 헌법재판소 위헌을 불렀다. 

이후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는 모두가 아는 대로다. 홍대 앞이 폭발했다. 힙합이 언어를 얻었다. 세계가 K팝이라 부르는 산업의 창작 토양이 다져졌다.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는 시장에서도 꿋꿋이 기타를 잡고 전자 악기를 다루는 고독한 창작가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역사를 되돌리는 법안이 국가 검열과 권위주의 청산을 정치적 유산으로 내세우는 정당에서 등장했다는 사실이 유감이다.

혐오에 맞서 검열과 보호로 싸우겠다는 어리석은 개정안의 철회를 요구한다. 언어로, 교육으로, 음악으로 싸우자.